[기자수첩]삼성특검 유감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8.01.25 07:55

시민단체에 수사 애로 고백 좋은 모습 아니다

"삼성 관계자들이 너무 비협조적이어서 힘이 듭니다."

삼성그룹 3대 비리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출범한 '특검호'의 선장을 맡고 있는 조준웅 특검이 24일 시민단체 대표단에게 내놓은 볼멘소리다.

조 특검은 이날 자신에게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러 온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수사상 애로를 털어 놓느라 바빴다. 조 특검의 답답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 특검은 이날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굳은 수사의지를 표현하는 형식적인 멘트(?)도 잊지 않았다.

조 특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특검팀 수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조 특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날 조 특검의 말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중평이다.

삼성 관계자들의 비협조는 수사 시작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다. 수사 대상과 관련된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적극적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특검팀이 이런 예고된 난관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지 수사를 촉구하러 온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하소연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수사에 돌입한 지 2주일 동안 무려 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펼치고 20여명에 이르는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 공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윤정석 특검보도 연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취재진들의 수사상황을 묻는 질문에 “나도 즐겁게 밝힐 수 있는 성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특검팀이 휴일도 잊은 채 연일 강행군으로 이어지는 참고인 조사와 수사 대상자들의 비협조 속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란 좋은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 한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인정받기 힘들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반드시 결과가 수사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도 않는다.

특검팀을 향해 한 마디 조언을 던진 전직 법무장관은 "환자의 환부만 잘 도려내라"고 했다.

이는 수사팀이 성과위주에 매달리다 '사건의 늪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조언이라고 본다. 시민단체에 수사의 애로를 하소연하는 것보다 환부만 도려내고 환자를 살리는 유능한 외과의사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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