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에도 증시 미지근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1.23 16:08

경제 침체 위기 커져-연준 늑장 대응도 한몫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현지시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75%p 인하했다.
그러나 뉴욕 증시와 뒤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뜨뜻 미지근한 반응만을 보였다.

미국증시는 0.5%포인트가 아닌 0.75%의 금리인하에도 1% 이상 하락했으며, 이어 23일 열린 아시아증시는 2~3% 상승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대만증시는 2.3% 급락했다.

뉴욕증시는 금리 인하에도 1% 이상 하락했다. 그나마 장초반 464포인트 급락하며 패닉에 빠질 뻔한 것에서 벗어난 것이다. 물론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경험한 폭락세에 비해서는 견조한 모습이다. 그러나 기준 금리를 0.75%p나 인하한 효과 치고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뒤이어 23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서도 이틀간의 폭락세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못미쳤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1.21%,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2.04%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만 가권지수는 오히려 2.29% 떨어졌다. 코스피와 닛케이가 21~22일 이틀간 각각 7.25%, 9.29% 급락했다는 점에서 이날 반등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시장이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경기 침체라는 펀더멘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연준이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뒷북을 쳐 오히려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시각도 반영돼 있다.

미국 경기의 침체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12월부터 각종 경제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해 단순히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끝날 것으로 믿었던 서브프라임 충격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시장 충격에서 펀더멘털 악화로 진화한 것이다.

FRB가 제2차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82년 이후 처음으로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선택했다는 점 하나로도 이번 경기 침체가 2001년의 가벼운 경기침체와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메릴린치는 미국 주택 시장 침체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낮췄다.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로 제시했다.


채권황제 핌코의 빌 그로스도 FRB의 전격 금리인하와 관련,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슬픈 고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준금리는 2.5~3%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준 전문가인 그레그 입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에 이미 경기 침체 우려가 너무 크게 퍼져있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침체 우려는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FRB가 금리인하의 타이밍을 놓친 것도 세계증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가 시장을 앞선 선제적인 조치가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말(18일) 부시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미국증시는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은 부시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실망해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 때 FRB가 0.75%포인트의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곤 했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이러한 의지를 미리 시장에 내비쳤더라면 처음부터 지금같은 증시 급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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