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독이 든 성배의 달콤한 유혹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1.23 10:33

연준 금리 인하 효과와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현지시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p 인하했다.

연준의 이 같은 긴급 조치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패닉을 잠재우기 위한 처방적 성격이 강하다.

미국이 전격 금리를 인하한데에는 지난 21~22일 이틀간의 세계 증시 폭락세가 영향을 미쳤다. 시장이 합리성을 반영하기보다 공포에 짓눌려 패닉에 빠지자 연준은 이에 대한 긴급 대응책으로 금리 인하를 선택한 것이다.

◇금리 인하, 펀더멘털보다 패닉 고려

이를 반영해 이날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처방은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장 패닉을 반영한 처방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든 상황이 정상적이라면 연준은 FOMC가 예정돼 있는 오는 30일까지 기다렸다 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것이다. 예정에도 없던 긴급 FOMC를 개최해 시장 예상폭인 0.5%p 이상으로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그만큼 시장 패닉이 강력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미국기업연구소(AEI) 경제학자인 빈센트 레인하트는 "연준이 시장에 휘말려 매우 위험한 행동을 했다"면서 "시장이 연준이 금리인하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단 금리 인하는 즉각적인 증시 부양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데이로 21일 전세계 동반 폭락세의 예봉을 피해갔던 뉴욕 증시는 22일에는 낙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연준이 이날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면 다우지수는 8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다우지수는 128.11포인트 떨어지면서 선방했다. 이튿날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 급반등에 성공하면서 금리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毒인가 藥인가" 금리 인하의 부작용

그러나 전망이 항상 밝은 것 만은 아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증시 부양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수도 있다. 오히려 금리 인하는 약달러, 인플레이션에 대한 키워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경기 침체가 진행중인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미국 경제가 지난해 12월 위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1개월 만으로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다. 경제적 활동의 심각한 부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몇달간 지속될 경우에 한해 침체라는 말을 붙여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경기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효과는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금리 정책이 통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우선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키워 오히려 더 큰 경기 추락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와 같은 고통스런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00년대 초반 초저금리가 결국 지금과 같은 위기를 키웠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에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다. 특히 미국 정부가 1500억~2000억달러 규모의 단기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금리 인하 하지 말았어야…

카네기 멜론의 이코노미스트인 앨런 멜처는 "약간의 경기 침체를 감내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미연에 잘라내는 것이 나중에 높은 인플레이션과 심각한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버냉키가 1970년대 고유라고 물가가 두자릿수로 급등했던 위험한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 연준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 효과보다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오히려 경제에 역효과를 줬음을 상기시켰다.

한마디로 금리 동결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대신 자연스런 치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증시 고통은 깊어질 수 없지만 대신 더 큰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지론이 담겨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연준이 공격적 처방을 내리자 오는 30일로 예정된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그릇된 기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 인하에 만성이 된 시장 상황에서 만약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취약한 투자심리로 인해 다시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 연준의 딜레마 "초심으로 돌아가야"

약달러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해외 투자 자금 유입도 약달러 영향으로 뜸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금은 그동안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막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미국 기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도는 이전보다 감소하고 이는 다시 해외 자금 유입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의 대거 매각에 나설수도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시장은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시장이 갑작스래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고 모두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면 결국 연준의 금리정책은 경제에 부담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준은 정치권의 압력과 시장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시장이 혼란에 빠질수록 연준의 딜레마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너무 먼길을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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