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펀더멘털보다 시장 패닉 고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1.23 08:00

'달콤한 독이 든 성배' 금리 인하 파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현지시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p 인하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연준의 이 같은 긴급 조치는 경제를 부양하려는 목적 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패닉을 잠재우기 위한 처방적 성격이 강한 것이다.

시장이 그동안 너무나 바래왔던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하락세는 마틴 루터 킹 데이 휴일로 글로벌 증시 급락의 예봉을 피해간데 따른 것이다.

CNN머니의 칼럼니스트인 앨런 슬로언은 이날 "왜 연준이 여전히 우리를 구할 수 없나?"란 칼럼을 통해 미국 연준이 깜짝 개입을 통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되지만 앞으로 약달러 심화, 인플레이션 부담, 미국 정부 부채 증가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금리 인하에 마냥 안심하고 웃을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 금리 인하, 펀더멘털보다 시장 패닉 고려

미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데에는 지난 21~22일 이틀간의 세계 증시(특히 아시아 증시)의 폭락세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 경기 후퇴가 실제 중국, 인도, 러시아 증시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의 순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보다는 한마디로 패닉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슬로언은 "패닉이 시장 심리를 사로잡음에 따라 합리성은 내동댕이쳐졌다"고 최근 시황을 표현했다. 최근 증시는(특히 아시아)는 너무나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남들이 오른다고 덩달아 급등하는 비합리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에서 악재가 터져나오니까 하락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처방은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장 패닉을 반영한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연준은 FOMC가 예정돼 있는 오는 30일까지 기다렸다 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것이다.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긴급 FOMC를 개최해 시장 예상폭인 0.5%p 이상으로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처방의 성격이 강한 것이다.

◇ 경기침체 진행 여부, 아직 불확실

우선 아직까지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진행중인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12월 위축된것처럼 보이더라도 1개월만에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침체는 경제적 활동의 심각한 부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몇달간 지속되는 것이라는 정의에도 못미치는 우려가 반영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연준의 금리 인하가 경기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금리 정책이 통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시장에서 패닉은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확산되면서부터 있어왔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신용경색으로 확산됐고, 채권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증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아마 연준이 이날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면 다우지수는 8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날 다우지수는 128.11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번 금리 인하로 시장은 금리 인하에 대해 그릇된 환상을 품기 시작할 수 있다. 우선 오는 30일 또 다시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

연준은 박사 학위를 받은 온갖 똑똑한 경제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이 갖지 못하는 고급 정보들을 보유하고 있다.

◇ 금리 인하 마냥 웃을수만은 없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가 경제에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금리의 큰 폭 인하는 시중 유동성을 크게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또 금리 인하로 인해 약달러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해외 자금 유입도 뜸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금은 그동안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막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미국 기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도는 이전보다 감소하고 이는 다시 해외 자금 유입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도 1500억~2000억달러 규모의 단기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결국 시장은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갖고 있는게 증시의 숙명이다. 시장이 갑자기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고 모두 금리를 인하한다면 결국 연준은 경제에 부담만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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