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독립성' 논란, 해결책 없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 2008.01.22 13:36

설치법안 놓고 국회 여야 '대립'...방송위 한계 답습?

대통령 직속의 행정기구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안이 지난 21일 국회로 넘어가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장 수면위에 떠오른 쟁점은 '독립성'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를 설치하면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그런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해 설치법안에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공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손 치더라도, '5인 합의제' 방식으로 위원회가 구성돼 있는 한 이런 법적 장치는 무의미하다는 해석이다.

즉, 국회에 상정된 방통위 설치법안은 대통령이 위원장과 상임위원 1인을 임명하고, 국회가 나머지 상임위원 3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런 위원회 구조에서 야당의 몫은 사실상 없다는 게 신당의 판단이어서, 위원회를 둘러싼 '독립성'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5인 합의제' 독립성 논란 '불씨'

새로 설립할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방송위원회와 '위원 합의제'라는 의결구조는 같지만 기구 성격은 전혀 다르다. 방송위는 민간기구지만 방통위는 행정기구다. '합의제' 방식인 방통위는 '독임제' 성격을 갖는 다른 부처와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다르다. 사실 이 '합의제' 방식이 현재 방통위를 둘러싼 '독립성'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위가 민간기구로 출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권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방송위가 보여준 모습은 책임없는 민간기구의 한계 그 자체였다. 독립성은 곧 책임을 수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위는 독립성만 있고 책임은 지지않는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이는 방송위의 '합의제'가 갖는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 설치는 방송위원회의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좀더 책임있는 독립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 제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뉴미디어 시장에서 사사건건 정보통신부와 의견충돌을 일으켰다는 점도 방통위 설립을 재촉했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통합기구가 설치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방송위는 물론 정통부, 국회 여야가 모두 합의했던 바다.

따라서 '방통위' 설치법안이 한나라당 위주로 발의됐지만 행정기구로 설치된다는 점에 이견을 제시하는 쪽은 없다. 지난 1년간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논의했던 내용이 '방통위' 설치법안에 상당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신당은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일까. 국회 방통특위에서 논의됐던 것도 합의제 행정기구였고, 위원들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가닥을 잡았던 내용이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위치가 달라졌다고 해서, 같은 사안에 대해 입장마저 달라진 것인가.


◇"합의절차 투명성 보장이 시급"

'9인 합의제' 방식인 방송위는 9명의 위원을 대통령과 국회 여야가 3명씩, 방송계에서 3명씩 추천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실상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선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방통위의 '5인 합의제' 역시 방송위가 현재 안고 있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통상임위원 5인은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 1인을 임명하고, 국회가 나머지 3인을 추천하는 구조다. 국회에서 추천할 수 있는 3인도 여야의 의석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야당이 추천할 수 있는 위원수는 작게는 1인 많게는 2인에 불과해진다. 결국, 대통령과 여당의 위원 추천수는 최소한 3명이상이다.

대통합신당에서 '독립성'을 문제삼으며 반대의 기치를 높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기구 성격이면서 위원들 다수를 정권에서 장악하게 된다면, 사실상 기구 '독립성'을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5명의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방통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열린 공간'을 통해 각자 의견을 공개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합의제가 갖는 한계를 '열린 공간'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설치법안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경우도 이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위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열린 공간에 개재하도록 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설령 그 의견이 소수라고 할지라도 반론의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취지다.

5인 합의제가 됐건, 7인 합의제가 됐건 '방통위'는 어차피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것은 FCC도 마찬가지다. 다만, 합의과정 자체가 민주적이고 투명한지 안한지의 차이일 뿐이다. 합의제는 어차피 다수결 원칙에 입각한 의사결정구조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방통위' 설치법안이 손질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궁극적으로 위원들의 '책임성' 강화시키는 것이 방통위 '독립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해결책이다. 방송계의 한 전문가는 "기구 독립성 논란에 휩싸여 자칫 방통위 설치법안 자체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책임 또한 국회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면서 "현재 거론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 정비가 지금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못박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허웅 전 여친, 이선균 공갈사건 피고인과 같은 업소 출신
  2. 2 "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3. 3 "허웅이 낙태 강요…두 번째 임신은 강제적 성관계 때문" 전 여친 주장
  4. 4 "손흥민 이미지…20억 안부른 게 다행" 손웅정 고소 부모 녹취록 나왔다
  5. 5 강제로 키스마크 남겼다?…피겨 이해인, 성추행 피해자 문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