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글로벌 침체..일파만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1.22 10:47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과 일본 등이 동반 침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화됐다.

미국 신용경색에 적지않게 노출된 선진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나아가 이머징마켓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짙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일부 유럽과 중국 인도를 앞세운 이머징마켓은 미국 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커플링'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금융시장부터 이같은 우려를 강하게 반영했다.

◇신용경색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무게 중심 이동
지난 하반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신용경색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국한된 변수로 치부됐고 세계 증시는 조정과 반등을 반복했다. 유럽과 아시아 경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안도감이 적지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올초부터 관점이 금융시장이 아닌 펀더멘털 다시 말해 경기침체로 이동하면서 아시아와 유럽도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의 자크 칼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신용경색에 대한 평가에서 매크로(거시경제) 변수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미국의 매크로 흐름을 보면 최근 경기지표는 매우 실망적"이라고 말했다.

전날 전세계 투자자들은 지난주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이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무시했다. 대신 미국 침체가 어느 정도로 악화될 지 그리고 다른 나라는 어느 정도 악영향을 받을 지만 주목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상당수 증시가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크게 폭락한 것이다. 22일에도 아시아의 폭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런던 골드만삭스의 에릭 닐센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10일전만 해도 일부만 전세계 동반 침체를 걱정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뜨겁게 '논의'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깊은 침체 빠지면 세계 경제도 위험
논란의 하나는 미국 침체가 유례없이 깊고 긴 침체에 빠질 것인지 아니면 2001년과 1991년처럼 가볍고 짧은 침체에 머물 것인가하는 점이다. 판단의 중요한 근거는 오랜기간 싸게 대출을 일으켜 왕성하게 소비를 일으킨 미국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다.

전날 증시 조정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무게를 둔 반응이었다. 다시말해 미국의 침체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이에따라 유럽과 아시아 경제도 많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쪽이었다.

미 백악관과 민주당이 1500억달러 상당의 긴급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연준 역시 최소 0.5%포인트에 이르는 기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제는 미국 관료들까지 둔화가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고 때문에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탈바꿈됐다.

미국의 침체 강도를 보면 유럽 아시아가 이전 예상보다 훨씬 더 심하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소비 둔화가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까지 우려했다.

◇ECB 등 통화정책 방향도 경기 침체로 수정될 듯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 당국자들 역시 자국의 경제가 미국의 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기존의 판단을 재점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관료들 역시 미국 침체의 악영향을 오랜기간 거부해왔지만 지난주부터 증시가 동반 폭락하자 표정이 바뀌었다.


최근 1년여동안 유럽의 정책자들은 독립을 외쳤다. 기업들이 통화 변화에 대응할 정도로 내성이 강화됐고 소비자들은 고용과 소비를 위한 탄탄한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첫 신용경색 태풍이 몰아친 뒤에도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관료들은 미국의 악재를 견딜 정도로 건강하다고 외쳤다.

그러나 올들어 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이같은 목소리를 사그러들었다. 낙관론자들조차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후퇴했다. 페트로 솔베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시시각각 미국을 따라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경우 올하반기 EC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하게 반영했다. 자크 칼로스는 "투자자들은 ECB의 판단이 틀렸음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시장이 ECB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끌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최근 "미국 경기 침체를 주의깊게 들여다봐야한다"고 말하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ECB의 경우 노조가 새로운 임금협상안에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 인상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게되면 금리인하보다 인상 압력을 강하게 받게된다. 금리인하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일본도 금리인하 모드로

일본은행(BOJ)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전망으로 일본증시가 폭락한 데다 엔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돼 지난해 일본 경제가 1.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금융정책회의에서 BOJ가 경기 전망을 하향하고 예상과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선 상황이 악화될 경우 BOJ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작성된 BOJ 경제전망보고서는 2007 회계연도(오는 3월 마감)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지만 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전날 일본증시는 4% 가까이 폭락해 2년래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엔화가 달러에 대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수출 기업의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이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야 데이조 BOJ 전 위원은 "BOJ는 경제 전망 시나리오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BOJ는 현재 0.5%인 금리를 인상하려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야는 "일본 성장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BOJ는 금리 인하 압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라이시 히로시 리먼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의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주택 착공은 지난해 6월 개정 건축법 시행 이후 40% 이상 줄었다. 리먼은 2007년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