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한라의 만도 인수' 측면지원?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1.21 15:05

[한라, 만도 인수]-현대차의 역할과 실익① 외국계 협조 요구엔 '묵묵부답'

이 기사는 01월21일(14: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왜 만도를 직접 인수하지 않은 것일까. 한라그룹이 만도를 되찾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배경이 뭔지를 살펴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대차와 만도= 현대차는 지난 2005년 센세이지가 만도 매각을 처음으로 시도했을 때 단독 협상을 벌였다. 만도가 매출의 70% 이상을 현대차에 의존하고 있어 최적의 인수자로 꼽혔다.

당시 현대차는 부품수직 계열화를 위해 만도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가격차이로 인해 지연되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센세이지는 1조원 이상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6000억원을 제시했다. 끝내 그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차는 당시 인수직전까지 가는 과정에서 만도에 대한 실사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과정에서 현대차는 만도의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비공식적으로 부품사들의 영업마진을 관리해 오던 현대차는 당시 만도의 이익률이 너무 높아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만도 인수에 실패한 현대차는 이후 지속적으로 만도 납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만도의 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05년 1364억원이던 만도의 순이익은 2006년 830억원, 지난해 500억원(회사 추정치)으로 줄었다. 자동차 산업을 담당하는 모 연구원은 "현대차가 철저히 부품 수급을 관리하면서 만도의 이익 기반이 엷어져간 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지원사격(?)= 지난해 말부터 재개된 매각에서 현대차는 협상 파트너로는 완전히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만도의 인수가격이 외국계 펀드의 경쟁으로 지나치게 올라 만도 인수를 아예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에 깊숙히 관여해온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매각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에게 만도 인수와 관련한 지원을 약속했다"며 "현대차가 포기한 게 아니라 범 현대가(家)가 만도 인수를 위해 뭉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매각 측의 경쟁구도 만들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센세이지가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재개했지만 인수의사를 완전히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센세이지가 TRW, KKR 등과 협상을 벌이며 한라그룹을 압박할 당시 현대차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TRW, KKR은 만도의 가치를 에비타(EBITDA, 현금창출능력) 승수로 평가해 각각 1조1000억원, 1조2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이와 동시에 최대납품처인 현대차의 '컴포트(Comfort =물량보전)'를 요구했다. 만약 만도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차가 제품공급을 줄이면 회사 가치는 지속적으로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KKR의 국내 대리를 맡은 관계자는 "KKR은 1조2000억원도 아까워하지 않았지만 바이아웃(buyout)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현대차의 물량보전을 요구했다"며 "현대차는 이번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나 있어 결과적으로 이 조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국 한라그룹이 만도 인수에 성공한 걸 보면 철저히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현대차가 한라 측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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