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美침체, 2001·1991보다 더 끔찍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1.21 13:27

WSJ 보도

미국을 엄습하고 있는 이번 경기침체 공포가 2001년과 1991년 당시보다 끔찍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의 신용경색 보도는 이처럼 시간이 지나며 비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제는 2001년과 1991년 각각 1년이 안되는 짧고 가벼운(mild)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이번 침체는 훨씬 더 나쁘게 전개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WSJ은 전했다.

우선 집값이 70년대 이후 가장 심하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 하락은 당장 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가져왔으며 이와 연관된 증권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돈이 부족한 금융회사들은 신용이 우수한 사람, 기업에까지 대출을 꺼리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막대한 부채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 급등, 고용시장 위축과 맞물려 가계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도록 위협하고 있다. 오랜기간 경기 성장을 주도한 소비경기마저 마침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2001년보다 더 무거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001년 기술주 버블 붕괴 등에 따라 찾아온 침체는 8개월 정도 지속됐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GDP는 0.4% 감소하는데 그쳤고 분기별 소비는 둔화됐을 뿐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91년에 끝난 8개월짜리 침체는 주택 가격 하락과 신용시장 문제가 맞물려 일어났다. 지금과 더 닮았다. 이때 GDP는 고점대비 1.3% 감소했고 소비 역시 둔화됐다.

로젠버그는 오늘날 집값 하락은 지난 침체 때보다 훨신 심하다며 집 값 하락이 촉발한 금융 위기 역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매릴랜드 대학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와 하바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이들은 "적어도 현재의 위기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5차례 산업국가를 강타했던 금융 충격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험이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경제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 경제가 중대한 성장 둔화를 겪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운이 좋거나 아니면 모든 낙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황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 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지난 침체 때보다 높다는 것. 라인하트 교수는 "사태의 심각성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금융기관 등의) 손실이 어느 정도 일지를 아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문제 해결 시간도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일본이 극단적인 예다. 90년대 부동산과 증시버블의 손실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었던 일본은 해결책을 내놓는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했고 마침내 '잃어버린 10년'에 빠져들고 말았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차이는 있다. 일본은 당시 중앙은행이 버블이 터지고 1년이 지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한 반면 미국은 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연준(FRB)이 즉각적인 금리인하를 반복했다.

미국 경기가 여기서 곧바로 역사적인 침체에 빠진다고 확신하는 것도 아직은 성급하다. 금융, 건설(주택) 업종이 아닌 경우 과거에 비해 실적도 좋고 재무구조도 우수하다.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은 약달러로 향상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인플레를 감안하면 70년대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2001년이나 1991년에 비해 불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뉴욕의 트레이딩 서비스 회사인 테크롤로지그룹의 로버트 바버라 이코노미스트는 "2001년과 달리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침체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 것"이라며 "비록 경기가 가벼운 침체 과정을 밟는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경우 모기지와 주택시장 침체에 따라 지난 두 차례의 침체 때보다 훨씬 무거운 침체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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