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묶어 파느냐, 쪼개 파느냐"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01.22 07:43

산업은행 등 매각가치 극대화 놓고 다양한 견해

산업은행 등 정부가 소유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매각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매각방식을 놓고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민영화 대상 국책 금융기관들을 묶어 매각하자는 방안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회사별로 더 세분화해 팔자는 견해도 있다. 통합매각 쪽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분할매각 쪽은 매각이 용이하고 잠재적 매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둔다. 매각방식에 따라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노리는 국내 대형 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묶어서 비싸게…" vs. "개별매각이 더…"=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까지 묶어서 파는 안은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자금 회수 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결합하면 1등 증권회사가 될 수 있고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결합하면 1등 은행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도 당연히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일찌감치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금융회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도 통합매각론의 강점이다.

하지만 개별매각이 통합매각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통합매각 시에는 매물의 덩치가 커지면서 잠재매수자가 감소하게 되고, 경쟁이 줄어드는 만큼 좋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는 계산이다. 가령 기업은행이나 우리금융이 개별 매물로 나온다면 국내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가담할 수 있지만 통합매각 방식으로 진행되면 매물의 덩치가 커져서 인수전에 나설 엄두를 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등 개별 금융기관이 매물로 나온다면 다양한 금융기관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며 "개별매각 방식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 것이 매각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예 더 쪼개면…"=한발 더 나아가 개별매각 대상을 더 쪼개서 팔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경남·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 하나 만해도 시가총액이 15조6000억원(21일 현재)에 달하는 거대매물인 만큼 비교적 시너지가 적다고 보는 계열사들을 분리매각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고, 덩치도 줄여가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남·광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모두 분리해서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까지 있다. 매각에도 용이하고 자회사별로 경영권 프리미엄들을 받아 합치면 총합에서 그룹단위 매각보다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같은 분리매각안은 복합금융과 금융지주회사 체제라는 국내 금융산업의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가치만 놓고 보면 분리매각이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지 모르지만 잘 돌아가는 금융지주회사를 매각을 위해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각방식에 따라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노리는 대형 금융기관들의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우리금융은 자신이 민영화되기 전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의 매각이 먼저 진행되면 인수전 참여가 여의치 않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2006년 LG카드 인수전 때 "덩치가 너무 커진다"며 우리금융의 인수전 참여를 막았다. 반면 다른 금융기관들은 덩치가 너무 커지는 통합매각보다는 필요한 알짜배기 매물을 살 수 있는 개별매각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M&A 담당자는 "통합매각이냐, 개별매각이냐는 결국 '건건'(케이스 바이 케이스)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묶어서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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