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빅스 판결' 개량신약 시사점은?

신수영 김명룡 기자 | 2008.01.21 15:03

개량신약, 약효·경제성 우월성 입증해야 인정

국내 1위의 전문의약품인 '플라빅스' 소송에서 특허법원이 제네릭(복제약)업체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 개발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특허법원은 국내 제약사들이 원개발사인 사노피-아벤티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판 2심에서 '플라빅스 특허가 만료됐다'는 논지로 국내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플라빅스는 사노피-아벤티스가 개발한 항혈전제로 지난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다. 이 제품의 원천물질인 '클로피도그렐'의 물질특허는 만료됐으나 사노피-아벤티스가 특허연장을 위해 '광학이성질체'와 '황화수소염' 등에 후속특허를 출원하며 국내 제네릭 제약사와 분쟁이 시작됐다.

국내 제네릭 업체들이 특허만료된 이 제품에 대해 이미 복제약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특허법원이 '황화수소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플라빅스'의 염을 바꿔 개량신약을 개발한 국내 제약사의 시장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미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동아제약의 '플라비톨'이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화수소염'에 대한 특허가 인정됐다면 단순히 복제약을 개발한 회사들은 제품을 거둬들여야 했다. 반면 염을 바꾼 개량신약을 개발한 업체들은 제네릭 회사의 빈자리를 차고 들어가며 시장진입을 노릴 수 있었다.

염은 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덧붙이는 부가 물질로, 이를 변경한 제품은 개량신약이 된다. 지난해 종근당이 플라빅스의 염을 변경해 내놓은 '프리그렐'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법원이 제네릭 업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 개량신약은 설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이들은 지난해 '프리그렐'의 비급여 판정 사례에서 보듯 제네릭 제품에 비해 월등한 약효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네릭 제품이 출시되면서 약제비 절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가 프리그렐이 비급여 판정을 받은 이유. 그결과 프리그렐은 사실상 판매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단순히 특허를 피하는 개량신약이 아닌 약효와 복용의 편의성이 개선된 진정한 의미의 개량신약만이 인정 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태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약가 정책하에서는 단순히 염을 변경한 개량신약을 통해 높은 약가와 고수익성이 담보됐다"면서도 "이번 플라빅스 소송 결과는 보면 염변경 개량신약은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개량신약을 인정하는 범위가 까다로워진 것은 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포지티브리스트 시행 이후 새로 출시된 의약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효와 경제성을 평가해 보험 급여지급 결정을 내리게 된다.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시행으로 인해 개량신약의 급여결정이 달라진 것은 종근당의 프리그렐이 처음이 아니다. SK케미칼이 내놓은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의 개량신약인 넥사드정도 같은 사례다.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이전에 약가를 받은 안국약품의 레보텐션(노바스크 개량신약)은 노바스크와 동일한 523원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포지티브리스트 시행이후 약가를 신청한 넥사드정은 레보텐션과 비슷한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국산 신약 12호로 인정받은 대원제약의 펠루비정도 기존 출시된 의약품 대비 약효가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로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염변경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개량신약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효/부작용의 개선 △복용의 편의성 △신규용도 등에 유의성 등 진정한 의미의 개량신약을 만들어 하는 셈이다.

만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개량신약을 개발할 경우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개량신약이 오리지널약의 개량효과를 입증할 경우 글로벌 개량신약으로 성장할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글로벌 시장 개척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테바, 인도의 닥터레디, 란박시와 같은 업체들이 특허 공략을 통해 대형화 글로벌화 됐다"며 "개량신약 전략이 이번 소송이나 제도적 변화로 인해 폐기될 전략이 아니라, 이제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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