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포털의 네이버를 꿈꾸다"

대담=이백규 부국장, 정리=김지산 기자, 사진=김병관 기자 기자 | 2008.01.21 10:27

[머투초대석] 박주만 옥션 사장

"상상해보세요. 옥션이 진정한 쇼핑포털로 최강자로 거듭나는 겁니다. 쇼핑포털의 네이버가 되는 것이죠"

오픈마켓의 선구자이며 G마켓과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옥션의 박주만 사장. 박 사장에게는 꿈이 있다. 대부분 기업 임원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를 최고로 만든 다음 소홀했던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 거창한 듯 하지만 소박한, 그러나 쉽지 않은 여정을 박주만 사장 역시 추구한다.

이 여정 위에서 박 사장은 옥션의 쇼핑포털화를 주도하고 있다. 쇼핑에 관한 모든 것. 단지 물건을 팔고 사는 장터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곳, 인간애에 근거한 따뜻한 쇼핑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곳, 옥션이 가야할 길이라고 박 사장은 말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오늘날 옥션은 1등 자리를 G마켓에 넘겨주고 수익성도 예전만 못한 오픈마켓이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 환경을 안정화 시키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그렇게 비쳐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옥션의 현주소, 미래, 박주만 사장의 꿈,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옥션과 한솥밥을 먹은지 만 6년이 지났습니다. 옥션에서 일해보니 어떻습니까?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다 옥션에 와서 영업을 총괄한 이후 제 인생에서 처음 CEO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옥션과 함께 한 시간들은 제게 가장 중요한 커리어입니다.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배워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주만 사장은 2002년 옥션 상무로 입사하기 전 98년부터 2000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00년 이베이가 옥션을 인수한 후 영업 총괄 임원을 모집하던 중 박 사장이 옥션에 합류하게 됐다)

-입사 면접에서 이베이 임원들이 뭘 물어보던가요.

▶2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한국 현지상황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이 그것입니다.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는 기본 지식이 있었는데 리더십에서 대답이 좀 어려웠습니다. 그것과 관련해 과거 경험에서 어려웠던 게 무엇이냐고 추가로 질문을 해오더군요.

컨설팅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답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컨설팅 과정이란 전문가들이 팀원으로 함께 움직이는 데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가들에 비해 지식이 짧은 저로서는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도전과제였습니다. 맞던지 틀리던지 최선의 가설을 세운 후 주어진 정보를 잘 활용해 정답을 쫓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옥션에 합류했을 당시 오픈마켓 상황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습니까?

▶그때만 해도 오픈마켓은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백화점이나 시장 같은 오프라인은 이해가 쉬웠지만 인터넷에서 한국은 쇼핑몰이 중심이다보니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도 어려웠구요.

브랜드력이 있고 값이 제법 나가는 제품을 지양하고 중소상인을 주요 벤더로 모집한 게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신문지상에서도 영세 사업자의 온라인 성공기 같은 기사들이 많이 나온 것도 큰 도움이 됐구요. 지금은 남대문 동대문 상인 중 오픈마켓을 상대 안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올해 경영 목표는?

▶대략 올해 3조원대 거래총액이 예상됩니다. 이중 7.5~8.0%가 수수료입니다. 이것이 매출인데 고객 마일리지 등을 제외하면 2000억원대가 될 듯 합니다. 영업이익률도 10%대로 전망됩니다. 보통 영업이익률이 20%대였는데 지난해에 특히 투자를 많이 했는데 연간 영업이익률이 10%에 조금 못미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대로 돌아왔습니다.

-어디에 투자를 많이 했나요?


▶쇼핑환경에 안정성을 기하는 데 투자가 집중됐습니다. 인터넷 쇼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버의 안정성입니다. 트래픽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때 서버가 다운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고객을 받아들이고 원활하게 움직이는 환경조성이 오픈마켓의 생명이죠.

옥션의 경우 안정적 백업 시스템을 금융기관 수준까지 갖추느라 상당한 투자를 했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사이트도 다운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얼마나 적은 양의 정보가 손실되느냐, 다운 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재복구가 가능하냐인 것이죠.

-결국 고객이 아무 일 없이 '평소처럼'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인데, 그럼 고객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오픈마켓의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감히 말씀드리건데 옥션은 업체 최고의 안정성을 갖췄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품, 환불 제도도 가장 잘 구축돼 있습니다. 지금은 보편화된 트러스트 셀러제도(실적이 좋은 판매자에 대해 반품, 환불 등을 옥션이 책임져주는 제도), 피드백 시스템(상품평), 에스크로(구매자가 입금한 돈을 금융기관에 예치했다가 구매자가 구매결정을 내리면 예치한 돈을 판매자에 보내주는 시스템) 등은 옥션이 모두 선도했던 것입니다. 이런말 하긴 뭣하지만 서비스의 질은 우리가 이베이보다 낫습니다(웃음).

-주력상품이 어떤 겁니까?

▶여성의류죠. 한국은 좀 특이한데 외국인들을 만나면 유난히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어떻게 남자도 아닌 여자가 직접 만져보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옷을 사게 만드냐구요.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비싼 옷은 제쳐두고 남대문에서 상품을 유치해와서 1~3만원에 제품을 팔면 가격에서 부담없이 옷을 사게 된다구요.

-박 사장께서 지향하는 옥션은 어떤 형태의 오픈마켓입니까?

▶보다 다양한 재화를 갖추고 쇼핑에 관한 다양한 컨텐츠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쇼핑의 개념을 넓혀주는 것입니다. 단지 장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쇼핑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고 다양한 커뮤니티가 일어나는 곳, 한마디로 쇼핑포털입니다. 쇼핑포털의 네이버가 되는 것이죠. 백화점, 할인점을 넘어서는 재화를 구성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스스로 어떤 유형의 리더라고 생각하나요?

▶외부에서는 분석형, 전략가형이라고 하는 데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한 경력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정의 내리기가 딱히 어려운데요. 저는 스스로에게 숙지하는 게 있습니다. 절대 의사결정을 주도하지말자는 겁니다. 영업에 있을 때는 불도저식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화두를 던져주되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예전에는 '내가 보기엔 답은 이거다'라고 말했을 것도 이제는 안하는 게 조직원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끼어들면 전체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도된 오류'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경쟁사인 G마켓에 대해 평가한다면?

▶구영배 사장은 참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픈마켓은 경험적 노하우가 필수적인 파트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옥션에서 스카웃 돼간 사람들에게 나오는 발상이라는 게 '옥션스러운' 것이었다는 말이죠. 결국 옥션이 치고 나가면 비슷한 후발옥션들이 따라오는 모양새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후발업체들이 직원들을 여럿 빼갔는데 G마켓은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남의 것 안베끼고 혼자 해보겠다는 '곤조' 같은 게 구 사장에게는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독창적인 방식으로 마케팅을 시도했고 후발주자인데도 기본을 잘 닦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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