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한파, 공무원 살아남기 전쟁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1.18 18:44

통폐합 부서뿐 아니라 생존부서도 자리보전 불투명

"어휴, 글쎄.. 뭐 어떻게 되겠죠.." 과천 경제부처의 모 국장은 한숨부터 내 쉬었다. 부처가 아예 없어지는 통일부,해양수산부 등에 비해 사정이 나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공감하는 눈치가 아니다. 여러 부처가 합쳐져 덩치가 커지면서 자리 보전을 장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좌불안석이다. 건국이래 최대규모라는 정부조직 개편의 소용돌이속에 없어지는 부처나 남는 부처나 휘말려 들고 있다. 특히 관료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이 공무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당선인은 18일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인수위가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가서 확인하지 않고 페이퍼(문서)로 하면 지금까지와 똑같다. 민생 관련 일을 하려면 현장으로 가야 한다. 규제완화도 마찬가지다. 건수만 많지 실제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상공론 행정의 구체적인 사례로 산업자원부를 들었다. "내가 작년에 목포 대불공단에 갔는데, 거기 업체들이 생산한 대형 블록을 조선소로 옮기는 대형 트레일러 운행이 어렵다고 해서 전봇대를 옮겨달라는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한데 산자부하고 목포시에 몇달을 애기해도 안되더라. 아마 지금도 안됐을 거다. 산자부장관,목포시장,도지사 다 뭐했나? 서로 얽혀서 안된다"

지금도 전봇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거라는 대목에서 이 당선인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공무원 사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물론 당선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산자부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당선인은 공무원들의 자리보전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놨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남는 인력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막연하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뭐라고 보겠나. 왜 조직 개편했냐고 오해만 산다. 그리고 업무상 필요한 인력은 남고, 개편 대상 인력은 철저히 교육을 시켜서 다시 돌아오게 하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줘야 한다. 교육받는 사람도 그걸로 끝난다고 보면 안된다. 막연하게 '괜찮다'는 말만해서는 안된다" 공직사회의 불안을 다독이기 위해 신분보장을 약속했던 인수위측 발표와는 다른 의지가 엿보이는 발언이다.

이때문에 부처가 공중분해되는 해수부,통일부 등은 정부조직법 통과가 결정되는 국회를 상대로 막판까지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벌이고 있다. 공사화 추진으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는 체신노조도 20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체신노조는 성명에서 '노동계와 더불어 4만여 우정 종사원들이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신분불안에 공직사회가 떨고 있지만 직급별로 느끼는 온도차는 다르다. 허리 이하라고 볼수 있는 서기관(4급),사무관(5급)들은 부처간 통폐합이 되도 소화가 되니까 큰 걱정이 없다고 한다. 부이사관(3급),서기관으로 구성된 과장들도 대국(局) 체제로 가는 만큼 국 밑에 과를 늘리면 자리가 해결되지 않겠나하는 여유가 보인다.

문제는 국장급 이상 관료들이다. 고위급 자리부터 크게 줄이겠다는 방침에 따라 당장 기획재정부로 통합되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경우 40여명의 국장급 자리중 절반 가량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보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흡수해 지식경제부라는 거대 공룡으로 탄생하는 산업자원부도 18명 국장중 몇명이 살아남을지 불투명하다고 한다. 한 산자부 관계자는 "자리를 받지 못하면 재교육을 받던지,규제완화 업무로 가야하는데, 거기 갈 경우 살아돌아올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고, 다들 좌불안석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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