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한파 이머징마켓 영향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8.01.18 10:10

올들어 MSCI 이머징 지수 8% 하락

지난해 신용경색 여파로 선진국 증시가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신흥시장은 선전하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진단이 속속 제기됐다. 신흥시장의 미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져 미국이 침체돼도 아시아 등 신흥시장 랠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신흥시장-선진국' 디커플링은 깨지고 있고 신흥시장이 미국을 벗어나려는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피난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지난해 친디아(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 증시는 호황을 구가했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지난해 96.7% 상승했고 인도 증시는 47.1% 올랐다. 한국과 싱가포르 증시도 각각 32.3%, 16.6% 뛰었다.

신흥시장 랠리가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선진국 증시가 부진했던 탓이 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으로 선진국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덩달아 주식시장도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신흥시장만 승승장구했기 때문.

그러면서 각종 경제기관에서 디커플링 진단이 쏟아져 나왔고 "신흥시장 랠리는 계속된다"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디커플링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다. 뉴욕증시는 새해 들어 수차례 급락했고 대표적 신흥시장인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대만 터키 브라질 증시는 올들어 모두 8% 이상 하락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 시장 지수도 달러 기준 7.9%나 빠졌다. 뉴욕증시와 디커플링한 듯 했던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 디커플링'에 회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늘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그레이 뉴먼 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침체가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

아틀라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해리 크렌스키 애널리스트는 "신흥 시장, 특히 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와 디커플할 수 있다는 '신화'가 투자자들에게 전염되고 있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둔화해 민간소비가 줄어들면 신흥 시장 경제도 적잖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당초 남미 주식시장이 올해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주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남미시장도 동일한 수준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커플링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양 지역간 상관관계가 여전히 높다는 것.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여전히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신흥시장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의 수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45%에서 2005년 55%로 늘어났고 아시아 수출의 약 60%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을 향하고 있다.

물론 신흥시장 국가들의 정치 및 경제의 펀더멘털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견조해졌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는 4.1조 달러에 육박해 제2의 외환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 민간소비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수출 감소효과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완전한 디커플링을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인 데다 경제는 디커플해도 주식시장은 디커플하기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신흥시장의 개방 이후 수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하고 이렇게 투자자들이 떠나간 나라의 증시 변동성은 이번주 확인된 것처럼 확대되기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아카디안 자산운용의 로날드 프래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 둔화 여파가 이머징 마켓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크다"며 "중국과 인도처럼 지난해 호황을 누려 주식이 많이 급등한 시장일수록 피해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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