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악재의 향연,다우 306p↓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1.18 06:13

버냉키 약발 안먹혀, ML 최악 분기손실…필연준지수 심각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무섭게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무려 3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믿었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설이 지난주에서 별로 나아간 것이 없다는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여기다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1월 필라델피아 연준지수가 6년래 최저치로 급락함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키웠다.

이날 뉴욕 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의회 연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했다. 그러나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필라델피아 연준 지수가 발표되고 버냉키의 의회 발언이 알려지면서 갑작스래 투심이 급랭,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프리스&코의 투자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은지를 상기하면 주식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씻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이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옵셔네틱스의 애널리스트인 프레데릭 러피는 "필라델피아 연준지수는 재앙 수준이었다"면서 "가장 최악의 부진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46%(306.95포인트) 떨어진 1만2159.21을,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2.91%(39.95포인트) 하락한 1333.25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99%(47.69포인트) 내린 2346.90으로 장을 마쳤다.

◇ 버냉키 경기부양 재정정책 지지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 증언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새로운 언급은 없었다. 이는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버냉키는 "미국 정부의 '일시적인 경기부양 재정정책'(temporary fiscal stimulus)은 연준이 경기 버팀목으로 역할을 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재정정책이 예산 적자에 대한 장기 전망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금리인하)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통화정책이 단독으로 시행되는 것보다 경제를 부양시키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재정정책 시행은 원칙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준이 경기 침체 위험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지난주 밝힌 입장을 다시한번 되풀이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경제가 재정정책이 필요할 정도로 취약한 상황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연준은 오는 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한 0.5%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경기부양 재정정책에 대해 찬성함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재정정책 도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1500억달러에 달하는 감세안, 재정지출 등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고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필라델피아 지수 최악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동시에 나온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의 1월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위축, 6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1월 필라델피아 연준지수가 전월 -1.6에서 -20.9로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1.6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필라델피아 연준지수는 2007년 전체 평균은 5.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러 헤르메스 ACI의 이코노미스트인 다니엘 노스는 "이제 침체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제조업체들은 침체가 가까웠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더해 온갖 악재 투성이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4분기 167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상각으로 사상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써 메릴린치는 2분기 연속 분기 손실은 물론 1989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 메릴린치 167억불 상각

메릴린치의 4분기 순손실은 98억3000만달러(주당 12.01달러)를 기록했다. 메릴린치는 전년동기에는 23억500만달러(주당 2.41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순손실 예상규모인 주당 4.82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부채담보부증권(CDO) 투자 손실에 따른 메릴린치의 4분기 자산 상각 규모는 115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채권 발행 계약 가치 역시 31억달러를 추가로 상각했다. 또 기타 모기지 관련 상각 9억4900만달러, 차입대출 상각 1억26000만달러, 상업용은행 자회사 부문 상각 8억6900만달러 등 총 16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들과 씨티그룹이 예상한 150억달러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의 지난해 전체 연간 순손실은 7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16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모간스탠리도 연간으로는 32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모간스탠리와 베어스턴스는 메릴린치와 마찬가지로 4분기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5대 투자은행 중에서는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 만이 지난해 4분기 순익을 기록했다.

존 테인 메릴린치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메릴린치의 연간 실적은 분명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지만, 지난 수주간 우리는 회사의 유동성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의 주가는 10% 급락했다.

유가증권 수탁업무를 주로하고 있는 뱅크오브뉴욕(BoNY의 4분기 순익도 전년동기보다 68% 급감했다. 그 결과 4분기 순익은 전년동기(16억3000만달러, 주당 2.27달러)에서 5억2000만달러(주당 45센트)로 줄어들었다. 4분기 실적에는 주당 10센트에 달하는 부채담보부증권(CDO) 상각이 포함돼 있다. 뱅크오브뉴욕의 일회성 항목을 제외할 경우 4분기 주당 순익은 61센트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9센트에 못미쳤다. 뱅크오브뉴욕의 주가는 1.5% 오르고 있다.

◇ 산넘어 산…모두가 악재

주택 지표도 최악을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달보다 14% 줄어든 100만6000채를 기록, 1991년 이후 16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주택 착공 건수는 지난 11월에는 연율 117만3000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착공 건수가 114만5000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7년 전체 주택 착공 건수는 전년보다 25% 감소한 135만4000채를 기록, 19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건설 허가 역시 12년래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건설허가는 전달보다 8.1% 감소한 연율 106만8000채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13만5000채를 하회했다. 2007년 전체 건설허가는 25% 감소한 113만5000채를 기록, 1974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무디스는 암박 파이낸셜 그룹을 신용등급 강등 검토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주가는 무려 50% 이상 급락했다.

이베이는 베어스턴스가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0.4% 상승했다.

◇ 유가 하락-달러 약세

유가는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2월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0.8%(71센트) 떨어진 배럴당 90.13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지난 3일 장중 한때 배럴당 100.09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유가는 1년전에 비해 73%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 가격도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전일대비 0.8%(67센트) 하락한 배럴당 88.83달러로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 3일 장중 한때 배럴당 98.50달러까지 올랐다.

달러는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주요 통화에 대해 하락했다. 오후 2시 27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5% 떨어진 106.83엔을, 달러/유로 환율은 전일대비 0.08% 상승한 1.4663달러를 기록 중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은 장중한때 105.92엔을 기록, 지난 2005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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