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부동산 시장 불 붙이나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01.28 16:54

[머니위크 커버스토리]강남재건축

부동산시장에서 '이명박 효과'는 이미 '재건축 용적률 10% 상향'이라는 공약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중단됐던 강남권 부동산시장이 제일 먼저 들썩이기 시작했다.

잠실이나 개포동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호가만 1억원씩 치솟기도 했다. 그동안 찔끔찔끔 내놨던 매물도 싹 사라졌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씨가 됐던 강남권 부동산시장이 다시 한 번 시장요동의 진앙지가 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의 '빅3'로 꼽히는 곳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개포동 주공아파트 및 잠실동 주공5단지다.

이 가운데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3년까지 서울 주택시장을 주도해 왔다.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던 은마아파트의 가격은 정부의 정책마련을 서두르게 했을 정도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금마아파트'라는 이야기 까지 나왔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추진

그러나 강남의 재건축사업은 2003년 이후 사업추진 자체가 중단되다시피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는 재건축을 허용할 경우 집 값 상승을 지자체가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지자체가 재건축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2003년 12월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이후 재건축 추진자체가 답보 상태다. 예비 안전진단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잠실 주공 5단지도 재건축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곳 역시 예비 안전진단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역시 2003년 이후 재건축 사업이 제자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 단지들의 경우 주민들이 비록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은 완료된 상태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재건축 추진을 미루고 있다.

◆재건축단지, 집값 상승 주도

그럼에도 재건축단지는 그동안 집값 앙등의 진원지 역할을 해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4층 28개동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102㎡형(31평형)과 112㎡형(34평형) 두 가지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다. 1970년대 말 최초 분양가가 102㎡형 1800여만원, 112㎡형 2000여만원 선이었다.

은마아파트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호가가 7억원이 넘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9ㆍ5 대책 이후 약간 진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102㎡평형의 호가는 2003년 9월 초 7억6000만원에서 9월 중순 6억4000만원으로 조정받았다.

그후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음에도 집 값은 지속적으로 상승, 지금은 1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언젠가는 재건축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교육특구 1번지'라는 기존 명성도 한 몫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은마아파트를 포함 강남 재건축 '빅3'는 모두 최근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기대심리와 이곳에 투자하려는 대기수요에 힘입은 탓이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재건축이 집값 상승에 확실히 영향을 줬으며 재건축이 한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값이 올랐다"며 "2000년 초에는 서초구 삼풍아파트가 가장 비쌌지만 지금은 재건축 이슈를 가진 강남구 아파트가 두 배나 비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개포동 우성아파트의 경우 2003년 3.3㎡ 당 3000만원을 넘겼고 2005년 4000만원을 돌파한데 이어 2006년 말에는 5500만원까지 올랐다"며 "3년 반만에 이렇게 값이 뛴 패러다임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수요는 여전히 '건재'

강남의 재건축단지들은 각종 규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값이 오를대로 오른데다 용적률 등의 문제로 수익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재건축 규제가 모두 적용된다면 기존 주택형과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112㎡형을 재건축해도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하면 115㎡형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용적률을 크게 높여 조합원당 개발비용을 줄이지 않는 이상 실익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게다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용적률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개발이익환수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실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재건축 이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 입주한 후 수년 이상을 보유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대기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동안 존재했던 재개발에 대한 기대에다 규제완화에 대한 희망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입주자들도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걷어들일 정도로 가격상승의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김학권 대표는 "삼성아이파크 및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주민 20명을 표본으로 2012년 가격지수 구매력조사를 한 적이 있다"며 "5년 후 집값이 얼마가 되면 사겠냐는 질문에 16~17명이 3.3㎡ 당 8000만~9000만원이 돼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강남의 노른자위 지역에서는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으며 오른다해도 구입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재건축, 안할 수도 없고

그동안 재건축이 부동산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렇다고 재건축을 막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노후아파트가 증가하고 있고 공급도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의 보수 및 대체필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심지내 신규 주택공급은 택지개발 등이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에 도시정비사업에 의한 재개발과 재건축이 주된 수단이 돼 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3개구의 경우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10년간 아파트 재고 증가는 1만9000가구에 불과했다.

반면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곳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공급은 80% 이상 재건축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건축의 의존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내의 경우 도시정비사업의 제도변화에 따라 사업추진실적이 상당한 출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사업이 부동산시장의 주된 교란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각종 규제가 중첩돼 사업성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과거 3년간 전국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 아파트 건설 물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지역만 두고 본다면 재개발의 경우는 36%에 달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과거 5년간 사업계획승인 물량 가운데 재건축으로 건설되는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 건설물량의 40% 수준에 달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큰 편이다. 게다가 향후 도심지의 주택 수요는 노후 주택의 본격적 교체 시기인 2010년을 전후해 멸실 대체수요의 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규제 강화여파로 2010까지 멸실 수요가 연평균 2만5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한 후 2011년 이후에 노후주택 증가에 따라 연평균 5만1000가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신도시 개발보다 도심재개발이 오히려 부작용이 적으며 도시용지의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회비용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해도 좋을까

강남지역 재건축이 '이명박효과'로 재조명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섣불리 들어가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일단 재건축단지의 투자 포인트는 용적률 상향조정 여부다. 용적률이 상향되면 재건축 추진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에서는 용적률 상향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므로 가능성은 커 보인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과 함께 개발이익 환수 방안도 강화할 전망이어서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발이익 환수 방안이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투자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기존의 개발이익 환수제도에서 약간 손보는 수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투자가치를 다시 따져봐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한번 샀다가 수년간 되팔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분을 매매할 수 없다.

다만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는 재건축단지의 경우 5년 이후에 되팔 수 있다.

결국 매매가 가능한 곳에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5년간은 자금이 묶이게 된다. 게다가 최근 급격히 오른 대출금리를 고려하면 수년간 상당한 수준의 금융비용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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