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업계 "치킨게임 끝이 보인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1.17 17:13

프로모스 감산·엘피다 투자 연기.."1분기後 큰 조치 나올 것"

"드디어 신호가 왔다."

전세계 D램 시장점유율 7위인 대만의 프로모스가 감산을 결정하고 업계 3위 키몬다가 300mm(12인치) 신설 팹(공장)의 장비 반입을 연기한데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다. 프로모스의 감산이 전체 D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키몬다의 투자 연기도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년간 지속되고 있는 치킨게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프로모스 감산..기다렸던 소식= D램 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호황으로 인해 설비투자를 과도하게 늘려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급 축소 조치들이 취해졌어야 함에도 D램 업체들은 '버티기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D램 업계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상황을 맞았다.

D램 가격은 계속 떨어져 급기야 1달러가 붕괴됐고 업체들은 출혈 상태에 빠졌다. 대만 업체들과 미국의 마이크론 등은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적자 상태에 빠졌고 겨우 흑자를 유지하던 하이닉스와 일본 엘피다도 적자전환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 만이 흑자를 지키고 있지만 이 또한 1분기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프로모스의 감산 발표는 업계로서는 '기다려왔던 소식'이다. 생산 축소의 첫번째 가시적인 움직임이고 팽팽하던 치킨게임의 변화 조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이 크지는 않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프로모스의 감산이 전체 D램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프로모스의 감산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D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킨게임의 끝이 다가온다= 그럼에도 프로모스의 감산과 엘피다의 투자 연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리했던 치킨게임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은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또는 지연은 D램 경기가 바닥권을 탈출하는 몇가지 징후 중 하나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이 나올 때 쯤이면 좀더 '확실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경제 논리보다는 얼마나 버티냐의 정신적인 싸움이다"라고 전제하고 "후발업체들이 지금은 살짝 덴 정도라면 1분기가 지나면 온 몸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1분기 실적이 공개되면 분명히 커다란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대만업체는 지난해 3분기에 -20%대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작년 4분기에는 손실률이 -40%대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1분기에는 실적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결국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M&A, 전략적 제휴 등의 합종연횡에 나서거나 또는 직접적인 감산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의 엘피다는 지난해말 대만의 난야나 프로모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미국의 마이크론과 난야와의 제휴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 경우 메모리 시황의 회복이 당초 예상인 하반기보다 빨리 2분기 중에 나타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우위에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현금보유 수준이나 기술력 등에서 대만, 일본 업체들에 비해 앞서 있기 때문에 치킨게임이 끝난 후 찾아올 회복기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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