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그룹 유종근 영입, 독배냐 해독제냐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8.01.17 16:31

"DJ 경제고문 유종근의 능력, MB 때도 통할까"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주그룹이 계열사와 자산매각 등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유종근 전 전북지사를 회장으로 영입하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 회장을 통해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자금유치를 통해 그룹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2002년 이후 오랫동안 공백기를 가진 '유종근' 카드의 효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 회장의 역량은 인정할 수 있지만 현재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김 전 대통령 시절 유 회장이 영향력을 발휘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대주그룹은 1981년 창립된 대주종합건설이 기반이 돼 건설,조선,언론 등 7개 사업군에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순위 52위에 올라 있는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그룹 전체 매출은 약 2조3000억원 수준이다.

건설 경기가 식으면서 조선업을 주력으로 설정하고 대한조선을 출범시킨 대주그룹이 위기를 맞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6월 서울지방국세청이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의 탈세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국세청은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주건설과 대주주택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고 500억원대의 탈세사실이 적발돼 허 회장이 검찰에 고발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건설경기 냉각 등으로 자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이후 대주그룹은 대한화재를 롯데그룹에 팔고 대주건설 등의 사업부지를 매각하면서 긴급하게 자금을 마련해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미분양 아파트는 할인매각해 자금을 확보중이며 광주일보, 동양상호저축은행, 다이너스티CC 등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6조원이 넘는 부채규모와 과잉투자 논란이 일고 있는 조선업에 대한 신규진출 등으로 채권금융기관과 관련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더욱이 총수인 허 회장이 조세포탈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유 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허 회장의 긴급요구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이는 유 회장의 인지도와 능력을 빌려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상을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허 회장 유고시 그룹의 구심점으로 삼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회장 역시 오랜 기간에 걸친 소송과 옥살이로 경제적인 압박을 겪어 온 처지인데다 선친 때부터의 사적인 인연에 근거한 허 회장의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워 대주그룹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유 회장의 말처럼 유 회장이 '독배를 마시는 것'인지 혹은 유 회장이 대주그룹의 해독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그의 전성기 때와 달라진 정치사회적 환경에서 IMF 외환위기 당시 외채협상에서 그가 보여준 기량을 얼마만큼 펼칠지 주목되며 그에 따라 유 회장과 대주그룹의 운명도 상당 부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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