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를 넘어 '승부사'로..차석용 사장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8.01.22 09:16

[2008 주목할 재계리더]-<12>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LG생활건강의 '구원투수'. 차석용 대표이사를 칭하는 말이다. LG그룹내 손에 꼽히는 외부 수혈인사로 파격적으로 기용된 차 대표는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던 LG생활건강을 12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라는 기록적인 성장 대열에 올려놓은 인물.

차 사장이 취임후 항상 강조한 창조성과 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결과다. 차 사장 주도의 가치혁신을 추구하는 LG생활건강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은 급변하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시장에 적중, 안정적인 시장 기반을 이끌어냈다.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미국에서 마친 차 사장은 85년 미국 P&G본사에 입사해 활동하며 일찍부터 외국기업의 경영마인드를 체득한 글로벌 경영인이다. P&G-쌍용제지, 한국P&G, 해태제과 등 국내에서도 전문경영인으로 경력을 쌓고 2005년 1월부터 'LG생활건강호'의 수장직을 맡았다.

부임 첫날 차 사장은 "치어리더로, 때로는 코치로 직원들과 같이 호흡할 것"이라며
'나를 따르라'가 아닌 '내가 도와주겠다'라는 CEO 리더십 철학을 분명히했다.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과, 코넬대 MBA, 인디애나대 로스쿨을 졸업한 '정통 해외파'인 차 사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 경영스타일로 유명하다. 국적도 미국인 차 사장은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는 '미국식' 경영 문화를 곳곳에 심었다.

우선 그전까지 일상화됐던 야근문화부터 바꿨다. 야근을 하는 사람은 업무 시간내 일을 처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란게 그의 지론. 업무 시간내에 일을 끝내고 자기계발에 투자하라는 것.

회의도 대폭 줄이고 꼭 필요한 회의도 1시간내로 끝내는걸 원칙으로 한다. 간결한 회의문화로 능률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었다. 불필요한 회의 대신, 차라리 그 시간에 '고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자는 것. 차 사장 스스로도 취미가 '새로운 것 보고 경험하기'라고 할 만큼 늘 새로운 것, 변화하는 것에 도전하려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설립된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 분할에 따라 현재의 LG생활건강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주요 사업분야는 치약, 세제, 샴푸 등의 생활용품과 화장품. 그러나 지난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 음료사업에도 진출했다. 2000년 '레모니아' '마이빈' 등을 제일제당(현 CJ)에 양도하며 사업을 정리한 지 7년만의 재도전이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차 사장이다. 미국 P&G 본사 출신으로 막강한 글로벌 인맥을 자랑하는 그는 직접 협상의 선봉에 서서 인수건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3년간 LG생활건강의 '턴어라운드 미션'을 무사히 이뤄낸 만큼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는 음료사업의 성공적 진출이다. 재도전인 만큼, LG그룹 차원에서 음료 사업에 대해 차 사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올해 차 사장의 경영 능력에 더욱 주목되는 이유기도 하다.

음료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앞에 선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한자 '세발솥 정(鼎)'을 언급하며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차 사장은 "미래를 위해 씨 뿌리는 자세로 새로 인수한 코카콜라 음료사업이 생활용품과 화장품에 이어 LG생활건강의 견고한 세 번째 다리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밑이 둥그런 그릇에 세 개의 다리가 달려 있어 바닥에 세워 놓을 수 있는 솥단지를 뜻하는데 정(鼎)은 각각의 다리가 다른 두 개의 다리보다 짧거나 약하면 쓰러지게 되고 세 개의 다리가 균형을 이룰 때에 안정되게 설 수 있다는 것.

'구원투수'를 넘어 '승부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거침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차 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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