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관치금융과 시장의 힘

머니투데이 정희경 금융부장 | 2008.01.17 09:42
금융감독기구가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6일 정부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에 손을 댄 것이다. 금감위는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넘겨받아 '금융위원회'로 개편된다.

금융감독기구의 조정은 금감위가 출범한 지 거의 10년 만이다. 방만한 감독체계에 대한 반성 속에 이뤄진 당시 대수술에 비하면 '경미한' 처치다. 그만큼 감독당국이나 금융시장이 지난 10년새 한 단계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외환위기 전까지 금융감독 업무는 여러 기관으로 분산되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거나 사각지대가 종종 발생했다. 금융회사들은 신상품 하나를 내놓을 때도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했다. 다원화한 감독기구는 이른바 '환란'을 미리 막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번 개편안이 국회 의결까지 거쳐 본격 시행되면 금융창구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2개로 줄어든다. 이 점에선 금융회사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최소한 발품은 줄일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관치금융'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정책과 감독기능이 통합되면 그간의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겠지만 독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금융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모피아(재무부를 뜻하는 '모프'(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금융위가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국책은행 민영화, 금융소외자의 신용회복 지원 등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자 새 정부 금융계의 핫이슈를 전담하게 된다는 점도 경계 요인이다.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을 별다른 견제 없이 어느 한쪽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인수위 측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관치금융의 폐해 가능성에 대해 정부개편안 문답자료에 별도 항목으로 해명했다.

"(금융위 신설은)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글로벌 금융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입니다. 금융위는 금융선진화를 위한 규제개혁 기관으로 재편됩니다. 직접적인 감독업무는 금융감독원에 대폭 위임하고, 글로벌 금융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개발과 규제개혁에 전념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약속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행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구나 조직이 개편되더라도 또한 최상의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결국 성패는 사람이 좌우한다. 유형의 제도나 규제가 없어졌으나 무형의 입김이 작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다행히 낙관적인 측면도 있다. 바로 시장의 선진화에 따라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압축성장을 거쳐 경제나 시장이 점차 안정되면서 '자금 초과수요'는 '자금 초과공급'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금융회사들은 무대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더라도 입지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정부가 할 일과 시장이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 시장이 할 일은 시장에 과감히 맡겨야 한다. 시장친화적 정책이나 감독을 펴지 않는 경우 시장에서 재차 '대수술' 판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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