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일부 폐지의 복합방정식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1.16 17:54
새 정부가 통일부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통일은 더 이상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 동안 통일부와 외교부가 티격태격하며 혼선을 일으킨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일방통행식' 대외노선 변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틈 날 때마다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도 좋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남북미 3자가 한 곳을 바라볼 때는 맞는 말이지만, 어느 하나라도 다른 곳을 바라볼 때는 맞지 않는 말이 된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때처럼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는 북한의 돌출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정부 내부의 행정조직 개편 문제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냉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모습도 불안하다. 북한은 통일업무를 민족 내부의 일이라며 외무성 관계자를 개입시키지 않고 통일전선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통일부 폐지를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에 통일운동을 오랫 동안 해 온 인사들은 새 정부가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형편이다.

물론 새 정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통일부 폐지에 고도의 전략이 담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차피 북한은 '주체사상'보다 '부국강병'을 선택했고, 이를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면,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비핵ㆍ개방 요구가 향후 통일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잘 쓰는 '도박' 성격이 짙다.

6자회담 등 외교정책은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 분야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럭비공'으로 분류되는 북한을 대할 때에는 시한폭탄을 해체시키는 것처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새 정부가 의욕에 가득차 휴일도 없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좋다. 그러나 빙판을 걸을 때는 살살 걷는 법이다. '만의 하나'와 '속도조절'도 충분히 고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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