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적발표날 압수수색, 정말 '우연'?

장시복 기자 | 2008.01.16 14:03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발표가 있던 지난 15일 회사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지난해 매출 1000억달러 돌파'라는 경사가 있음에도 그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본관 24층 실적발표장 바로 윗층인 25-28층에서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수사관 수십여명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

그룹 관계자들은 곳곳에서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 이뤄낸 성과를 평가받는 날 압수수색을 받게 돼 가슴이 미어진다"며 볼 멘 목소리를 냈다.

이같은 삼성 측 반응에 대해 16일 윤정석 특검보는 "일부러 실적발표 날짜를 맞춰 (압수수색 일정을) 조정한 것이 아니다"며 "수사진행 과정에서 벌어진 '우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14일과 15일 양일 간에 걸쳐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태평로 삼성본관 등에 대해 동시 다발적으로 '게릴라식' 압수수색 작전을 펼치느라 일일이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진 못했다는 설명이다.

즉 "수사는 마치 생물과 같아서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른다"는 일반론을 언급한 셈이다.


그러나 삼성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급하게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벌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상징적 액션'에 가까웠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일정 조정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았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앞서 삼성 의혹 수사에 착수했던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도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미뤄 사실상 '늑장'임에도 실적 발표날 압수수색은 수사와 별개로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꺽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실제 특검팀이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확보한 성과물은 노트북 가방과 서류상자 봉투 등에 그쳤을 뿐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해 온 '27층 비밀금고' 도 발견하지 못했다.

앞서 조준웅 특검은 지난해 12월 임명 당시 '삼성 특검이 경제에 미치는 우려 있지않은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문제는 비단 삼성특검 사건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듯 삼성 관련 수사가 필요외의 여타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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