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지혜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 2008.01.26 20:24

[머니위크 칼럼]

얼마 전에 주식투자로 10억원의 손실을 입은 70대 노인 한 분이 한강에 투신하여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비단 그 분만이 아니라 작년 상반기 증시가 한창 달아 오르고 있을 때 조차도 주식파생상품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가 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일이 있었으니 주식투자의 위험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작년 하반기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으로 국내 증시가 급격한 등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연초 대비 30% 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자 주변에 상당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반도체 관련 IT주에 투자한 사람들이 그랬다.

투자에서 비극적 결과를 맞이한 사례의 사정을 들어보면 대개가 초기의 작은 손실을 만회하고자 투자금액을 늘려가면서 손실 폭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에서 손실 폭이 점점 커지다 보면 평상심을 잃게 되고 결국엔 투자원금을 다 잃고 마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대개 주식투자의 실패가 탐욕때문이라고들 하는데 탐욕때문에 실패하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보다는 손실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위험관리 부족으로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누구나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하기 마련인데 손실을 보면 원금을 만회하고픈 유혹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손실을 만회하려고 투자금을 계속 배가시키다 보면 손실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워가게 되고 결국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떨어져 세상을 등지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사람이 살아 있는 한 노력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감행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주식투자에 임할 때 '도마뱀의 지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도마뱀은 적에게 꼬리를 잡혔을 때 자신의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침으로써 목숨을 지킨다는 과학상식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꼬리가 먼저 포획자에게 물리고 그 결과 잡아 먹히는 과정을 거치면서 꼬리를 포기함으로써 목숨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획득형질로 유전되며 진화된 결과일 것이다.


미물인 도마뱀도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살아나기 위해 자기 몸의 일부를 잘라버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이 신체도 아닌 재물의 일부 손실을 아까워 하다가 목숨까지 잃게 되다면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우리가 재테크를 하는 것도 재산을 늘려 잘 살아보자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목숨까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중요한 일은 도마뱀처럼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은 투자에서 잃지 않는 것을 최고의 원칙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실력에선 가능하겠지만 초보나 보통의 개인투자자들에겐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물론 투자에 임하기 전에 충분한 공부와 정보수집으로 잃지 않는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것으로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측이 빗나갔을 때 감내할 수 있는 손실 폭을 정하고 그 범위 내의 손실을 입었을 때 단호하게 정리하는 '도마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2008년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동시에 변동성도 매우 클 것이라고 한다. 연초부터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미국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지면서 증시가 몹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 아무리 저가매수를 한다 해도 일시적인 손실 발생은 다반사이고 종목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도 결국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펀드투자도 직접투자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장세에서는 일시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투자를 할 때 늘 '도마뱀의 지혜'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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