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존속했던 정통부 '역사 뒤안길로'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 2008.01.16 11:38

'IT강국 코리아' 위상 다지고, 국내 IT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

대한민국 IT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던 정보통신부가 결국 14년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통일부, 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를 다른 부처로 흡수시켜 13부2처로 축소하는 정부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정통부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인수위의 이날 발표로 그동안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오던 정통부 공무원들은 망연자실해 있는 상태다. 정통부 부처 자체가 사라진데 따른 허탈감보다 정통부가 그동안 수행했던 IT정책기능이 산업자원부와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등 여러 부처로 분산되는데 대한 절망감이 더 크다.

지난 94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체신부에서 확대 개편해서 발족한 정보통신부. 지난 14년동안 정통부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기술을 상용화시키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통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주춧돌을 마련했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또, IT외교를 통해 'IT강국, 코리아'라는 위상을 세계 만방에 알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멀티미디어기술(DMB)를 비롯해 와이브로, IPTV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해왔다. 특히 와이브로는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3세대(3G) 이동전화 표준으로 채택했고, 정통부는 이 여세를 몰아 4세대 이동전화 표준채택까지 넘보고 있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정통부는 우리나라 IT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정보화촉진기금을 조성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IT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IT전문인력을 양성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IT산업은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지난 2003년~2006년 IT부문 누적 무역수지는 1748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같은기간 비IT부문의 수출액이 911억달러 적자를 본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제 전세계가 'IT코리아'를 벤치마킹할 정도가 됐다.

이제 IT산업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으로 도약할 시점이다. 특히 IT는 산업간 경계를 허물며 '컨버전스' 방향으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어, 통신과 방송 융합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IPTV가 대표적인 융합서비스로, 앞으로 이와 같은 새로운 융합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출현할 전망이다.

그러나 융합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정통부가 각 부처로 분산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급속한 정보화를 통해 양산된 각종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부처가 없어지면서, 건전한 사이버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정통부 공무원들은 지난 10년간 다져놓은 IT강국의 위상이 뒷걸음질칠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통부 한 직원은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그리 잘못했나"라며 "부처 존속을 주장한 것도 아니고, 국가 발전을 위해 IT산업은 장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해냈다.

14년 역사를 지닌 정통부지만, 체신부 시절까지 거슬러올라가면 무려 120년의 역사를 지닌 부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정통부 모든 공무원들은 가까스로 울음을 삼키고 있다. 현재 정통부는 본부 인력 478명을 비롯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을 포함해 총 3만344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또, 이번 정통부 폐지로 정통부 산하에 있던 18개의 기관들도 각 부처로 분산되면서 통폐합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정보통신부 연혁】

1884. 4. 근대우정 시작
1885. 8. 전신전화 시작
1948. 11. 체신부 발족
1982. 1. 한국전기통신공사를 분리
1983. 12. 체신금융국 신설
1990. 12. 정보통신국 신설
1991. 11. 통신정책실 신설
1994. 12.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
2000. 7. 우정사업본부 신설
2006. 4. SW단 신설 등 5본부 3단5관36팀으로 개편
2008. 1. 정통부 폐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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