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으로 40억불 번 사나이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1.16 11:48

존 폴슨, 그린스펀도 영입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헤지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존 폴슨(사진)의 폴슨앤코 고문으로 영입되면서 폴슨의 성공담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폴슨은 미국 주택 가격이 한창 오름세였던 2년전 부터 주택가격 약세와 서브프라임 부실을 예측한 베팅으로 지난 한해만 30~40억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시장이 호황일 때라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내로라 하는 투자은행들이 죽을 쑨 지난해 월가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매니저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경이적인 수익을 벌어들이까지 폴슨이 시장을 조작한다는 비난과 투자자들로부터의 비판에 시달렸다고 15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폴슨의 성공의 비결은 워런 버핏이나 웰버 로스같은 투자 대가들이 주장하는 투자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역시 시장이 어려울 때도 정석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폴슨은 2006년 초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한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주택 가격과 모기지가 문제가 될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대부분이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고 부채담보부증권 상품의 채무불이행 사태도 상상하지 않았다"면서 "모기지 상품 개척자들이 지나친 자아도취감에 빠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세와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것만으로 바로 돈을 벌 수는 없다. 주택에 숏포지션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폴슨이 달랐던 것은 너무 빨리 주택 시장 약세에 베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소수 전문가들은 폴슨 보다 더 빨리 약세에 베팅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폴슨은 2005년 당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자동차 부품·철강 업체들의 채권을 팔았다. 이들 회사의 채권 가치가 낮아진다는 데 베팅한 것이다. 폴슨의 판단 대로 일부 회사들은 파산 보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권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폴슨은 당시 자사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이건 미친 일"이라면서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당장 찾아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버블 부터 매도할 수 있는지 찾아라"고 외쳤다. 그들은 매도할 수 있는 버블을 주택 시장에서 찾았다. 당시 자아도취된 모기지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들은 만약 그럴 조짐이 나타날 수는 있다 해도 연준이 금리 인하로 시장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유혹했다.


당시 월가에서 유행하는 기업은 모기지 증권을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재구성해 파는 것이었다. 리스크를 조각 조각 내서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파는 것이 원리인 CDO는 매우 그럴듯해 보였다.

만약 이 CDO 상품이 부실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에 대비한 또 하나의 파생상품을 사면 됐다.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주택 붐이 정점을 이룰 당시,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해야 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자연히 CDS 가격은 CDO 가격 상승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았다.

폴슨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리스크를 너무 작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폴슨은 'CDO'에 대한 숏포지션을 매입하고 CDS를 사들이는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택 시장 약세에 대응했다.

그의 베팅은 처음에는 손해를 봤다. 하지만 이 때부터 모기지 대출 업체들은 대출자들이 제대로 모기지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폴슨앤코의 리서처들은 폴슨에게 주택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고 보고했다. 폴슨은 당시 신용평가사들이 모기지 관련 상품에 지나치게 높은 등급을 부여한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폴슨앤코의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모기지 관련 상품의 샘플을 놓고 등급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모기지 대출 업체들이 어려워지리라는 전망으로 나왔다.

그의 이런 확신은 2006년 1월에 더욱 확실해졌다. 당시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였던 아메리퀘스트모기지가 지나치게 낮은 기준을 적용해 대출해줬다는 의혹을 사며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모기지 대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졌음을 폴슨에게 확신케 한 사건이었다.

그는 이 확신을 바탕으로 리스크가 높은 모기지에 숏 포지션으로 대응하는 단일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이 때 투자자들은 폴슨의 판단을 비판했다. 하지만 폴슨은 비판에 굴하지 않고 유럽 투자자들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투자 받아 헤지펀드를 발족시켰다.

당시만 해도 주택 시장은 큰 문제는 없었다. 그의 이 헤지펀드는 돈을 잃었다. 폴슨은 그러나 이 펀드에 자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베팅을 강화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기다리기만 한다. 시간문제다"라고 말했다. 조지 소로스와 그의 친척인 피터 소로스도 이 펀드에 투자를 했다. 피터 소로스는 "펀드의 손실이 더 커질수록 이상하게도 그의 확신은 더 강해져갔다"고 회상했다.

폴슨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바스켓으로 엮어 가치를 표시한 'ABX지수'에도 숏 포지션을 취했다. 이 지수는 2006년 하반기 크게 하락했고 폴슨의 헤지펀드는 20%의 수익률을 올렸다.

폴슨은 투자자들에게 발송하는 투자메일이 일반인에게 포워딩되지 못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자신의 투자를 모방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조처였다. 하지만 그의 베팅은 시장이 호황일 때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투자의 정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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