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주사 한방이면 낫는다고?

김선민 건보심평원 심사평가위원(예방의학전문의) | 2008.01.19 10:28

[(국민에) 다가서는 심평원]

감기 유행이다 싶을 때 반갑잖은 유행에 유독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평소에 감기 한 번 앓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에게 감기가 매우 귀찮기는 마찬가지다.

철 거르지 않고 감기 걸리는 사람은 감기로 아픈 것도 속상한데, 직장이나 학교에는 양치기 소년 같은 마음이 들어 감기라고 말하기도 미안하다. 평소 앓지 않던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된통 앓는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이 아프면 더 아픈 것이 병이다.

감기. 의학적인 말로 상기도 감염(upper respiratory infection)이라고도 하고 급성 기도 감염(acute respiratory infection)이라고도 한다. 미국인들은 'common cold'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흔히 걸릴 수 있고, 숨 쉬는 기관과 관련이 있는 '염증'이다. 염증이 왜 일어나는가? 미생물 때문이다. (다른 화학물질로 상기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 경우 감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람은 미생물체와 더불어 살아간다. 손이나 입안 콧속을 아무리 잘 씻어도 미생물체는 많다. 하지만 손이나 입, 대장 안에 미생물체가 있다고 해서 병이 나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체와 공생을 하다가, 어느 순간 사람이 미생물체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미생물체가 갑자기 사람을 못살게 굴 정도 강해질 때 감염이 생긴다. 감기도 마찬가지다. 숨이 들락날락하는 코, 입안, 목안, 기도 등에 있는 미생물체가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감기이다.

그런데, 미생물체에도 종류가 많다. 박테리아라고 부르는 세균도 있고, 바이러스도 있고, 곰팡이도 있고, 벌레인 기생충도 있다. 세균도 매우 다양하다.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체를 구분하는 것은, 범주에 따라 이들을 없앨 수 있는 약이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항생제라고 할 때에는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잠재우는 것을 말한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항 바이러스제, 곰팡이를 죽이는 약은 항진균제라고 한다. 의사들이 감기를 말할 때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별한 질병을 앓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 감기를 앓을 때에는 대개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대로 치료제를 말한다면,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는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마이신 주사 한 방'을 맞아야 감기가 낫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대표적인 잘못된 믿음 중의 하나이다.

물론 감기에 항생제를 쓰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가 잘 낫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가, 세균에 의한 감염이 이차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보통 건강한 사람의 입, 코, 목 안 점막은 웬만한 세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자정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 감염이 오래 되면 이런 성벽(barrier) 역할을 하는 점막이 파괴되어 자정 기능을 하지 못해 세균에 대항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폐렴까지 올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보통사람이 바이러스성 감기를 앓다가 세균에 의한 이차감염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등, 숨 쉬는 길의 문제가 있을 때, 에이즈나 백혈병 등에 걸리거나 항암제를 사용해서, 또는 다른 건강문제로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세균에 의한 이차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다. 이런 상황일 때에는 항생제를 써야 한다.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보통 사람은 잠깐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는 바이러스 자체가 치명적으로 될 수도 있다. 이런 때에는 항 바이러스제제 등을 쓰기도 한다.

종합하자면, 큰 병이 없는 사람이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나 항 바이러스제를 써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반면 항생제를 많이 쓴 사람에게는 항생제에 내성인 균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회적으로 항생제를 많이 쓰면 그 사회 전체의 균의 내성이 커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약과 마찬가지로 항생제는 약물로 인한 자체 부작용이 있다. 파리약이 인체에 좋을 리 없듯이 균을 죽이는 약이 사람에 좋을 리 없다. 그래서 감기와 같은 질환에 항생제를 많이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좋을 것이 없다.

그러니까 감기에 걸렸다 싶으면 과로하지 말고, 쉬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물론 도저히 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도 있고, 쉬더라도 기침이나 콧물, 통증이 심해서 괴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콧물을 멎게 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을 쓴다.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약도 있다.

그런데 이때에도 조심해야 한다. 기침은 몸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들이 기도를 통해서 들어갈 때 이것을 뱉어내게 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콧물도 마찬가지여서 코를 통해서 들어가는 많은 나쁜 것들은 콧물을 통해서 도로 나온다. 그러니까 콧물과 기침을 너무 억지로 막아버리면 이런 정상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기침약을 잘못 먹이면 염증성 물질들을 뱉어내지 못해 폐렴으로 번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침이나 통증, 콧물이 너무 심해서 잠을 못자거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이런 약들을 쓸 필요는 없다.

고열이 며칠씩 지속될 때, 누런 콧물이나 가래가 나올 때, 콧물이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어린이의 경우 축축 늘어지는 듯 위중해 보일 때,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안 좋아 질 때 이런 것들을 걱정한다. 그런 경우 반드시 의사에게 가야 한다.

감기 걸렸때 유용한 심평원 홈페이지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려 한다면, 원칙적으로 어떤 의사에게 가도 상관없다. 적어도 의사라면, 감기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 개인에 따라 감기에 대한 치료도 어떤 고유한 유형을 가지고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가야할 병원을 고른다면, 우선은 항생제를 많이 쓰지 않는 의사에게 가는 것이 좋다. 항생제가 감기를 낫게 하는데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은 교과서에 잘 나와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고,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의사들이 항생제를 더 많이 처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세균에 의한 감염이 있는 것을 놓치고 항생제를 쓰지 않았을 경우를 두려워해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무서워서 항생제를 쓰는 것이 자기 위안이며, 이차 감염을 염려한다면 환자를 더 자세히,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사들도 잘 안다. 결론적으로 감기에 항생제를 많이 쓴다는 것은 어떤 견지에서 보아도 좋은 일이 아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갈 곳을 묻는다면 우선은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의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동네에 의원이 없다면 병원을 가도 된다. 가급적이면 한 기관에 지속적으로 다녀 나의 건강문제를 의사와 상의할 정도가 된다면 좋다. 종합병원이나 종합전문병원(통칭 대학병원)에 가서 힘들게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는 가까운 의원이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집에 돌아와 쉬는 편이 백번 낫다.

가까운 의원이 여러 개 있다면 항생제 처방률과 주사제 처방률을 보는 것이 좋다. 감기에 항생제를 얼마나 써야 하는가 하는데 황금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의원들이 감기에 대해서 53.9% 정도 항생제를 처방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주변에 있는 의원이나 병원 중에서 항생제를 덜 쓰는 곳이 좋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국민서비스」 중 「병원정보」를 클릭한다. 다시 「병원진료정보」 중 「진료정보검색」을 클릭하면 검색화면이 나온다.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항생제처방률평가결과」에 체크하고 아래쪽에 지역과 병원구분을 선택하고 검색을 한다.

범위를 더 좁히려면 진료과목도 선택할 수 있다. 의료기관 명과 감기 등에 대한 항생제처방률 수치가 뜬다. 이 수치가 낮은 편이 좋다. 물론 이 수치로 등수를 매겨서 그 등수대로 의사의 실력을 판단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수치를 보고 적어도 이 수치가 전국과 비교했을 때 높은지 낮은지 정도를 본다. 「위치 찾기」를 클릭하면 지도가 나오고 지도에 표시된 병원이름에 커서를 갖다 대면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나온다.

거꾸로 근처에 있거나 가고 싶은 의료기관 몇 개의 이름을 확보했다면, 검색 창에서 병원 이름을 넣고 선택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 빠르다.

가벼운 질병으로 의원이나 병원에 갈 때에 더 보아야 하는 정보가 제시되어 있는데, 「주사제 처방률」이나 「약품목수」가 대표적이다. 양쪽 다 작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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