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美공습에 한국도 합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김병근 기자 | 2008.01.15 21:34

한국투자공사(KIC), 메릴린치 의무전환 우선주에 20억달러 투자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미국 금융시장 공습 대열에 한국도 합류했다.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계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최근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휘청거리며 아시아 국부펀드들에 손을 벌리는 상황.

여기서 중동과 중국의 국부펀드들이 '구세주'를 자임하며 미국 투자은행들의 잠재지분을 쓸어담아 왔는데, 이번엔 한국투자공사(KIC)가 뛰어들었다. 상대는 메릴린치다.

KIC는 메릴린치의 의무전환 우선주(Mandatory Convertible Preferred Stock) 20억달러를 인수키로 15일 전격 결정했다.

이에 따라 KIC는 메릴린치로부터 향후 2년9개월 간 20억달러에 대해 연 9%의 배당을 받게 된다. 그 이후 의무전환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2~3년 간은 9%의 안정적 배당을 받고, 그 이후에는 주가상승을 통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KIC 측의 설명이다.

의무전환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량 전환되면 KIC는 메릴린치의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메릴린치의 3% 이상 대주주는 테마섹홀딩스(9.6%),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자문(9.1%), 알리안스번스타인(7.2%), 클레이글로벌인베스터즈(4.5%) 뿐이다.

지분구도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KIC는 2년9개월 뒤 메릴린치의 5대주주로 올라서는 셈이다.

한편 메릴린치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선주 66억 달러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며 KIC, 일본 미즈호은행, 쿠웨이트투자청(KIA) 등이 투자자로 참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KIC 관계자는 "지난해말 재정경제부로부터 100억 달러의 추가 위탁을 약속받은 뒤 자체적으로 신규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메릴린치와 접촉해 이번 투자를 성사시키게 됐다"고 전했다.

KIC의 이번 메릴린치 투자는 최근 중동과 싱가포르, 중국의 국부펀드들이 독식하던 미국 투자은행의 잠재지분 시장에 한국의 국부펀드도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미국 금융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씨티그룹의 5년 기한 보통주 전환사채(CB) 75억달러 어치를 인수, 잠재지분 4.9%를 확보했다.

중국투자공사(CIC)는 모간스탠리의 2년7개월 기한 보통주 전환사채(CB) 50억달러(잠재지분율 9.9%) 어치를 사들였고, 중국국영증권(Citic)도 베어스턴스의 40년 기한 전환증권 주식스왑에 10억달러(잠재지분율 6%)를 투자했다.

잠재지분이 아닌 보통주를 곧장 사들인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이 메릴린치의 보통주 44억달러(9.6%)를 인수한 경우다.

KIC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그동안 선진국 채권과 상장주식 중심이었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양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 부여했다.

그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메릴린치는 최근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자산관리, 주식거래, 주식중개 등 다른 영업기반은 튼튼하다"며 "이번 부실자산의 상각 및 자본확충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종래의 수익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힘든 탓이다.

한 증권사 IB 임원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CB 대신 이익이 없으면 배당도 없는 우선주에 투자했다는 점은 의아하다"며 "보통주로 전환된 뒤에는 주가변동에 따른 위험을 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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