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유 알짜기업 매각 '물밑작업'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01.15 16:58

대우조선,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알짜배기 기업들의 '새 주인찾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그동안 사실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정치적 불투명성이 해소된데다 이들 기업의 경영이 이미 정상화돼 매각을 늦출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은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3대 알짜배기 매물'의 지분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직 구체적인 매각방향은 정하지 못했지만 매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잠재적 인수의향자 있다"

지난주말 외환ㆍ산업ㆍ우리ㆍ신한은행 및 농협, 정리금융공사 등 6개 기관으로 구성된 하이닉스반도체 주주단 운영위원회는 올해 첫 회의를 열고 하이닉스 지분 처리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의에서 운영위는 하이닉스 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난 4개월간 실시한 컨설팅 결과를 보고받고, M&A진행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시장조사(Tapping)를 실시한 결과 국내에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이 몇 곳 있다는 조사결과가 담겼다.

한 주주은행 관계자는 "확실한 인수의사를 갖은 기업이 실제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CS측은 1/4분기가 하이닉스 지분매각에 적기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잠재적 인수자의 실명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밖에 보고서는 올해 하이닉스가 시장지배력 등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적정 시설투자자금 규모를 4조1000억원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주주은행 측은 "잠재적 매수자가 있다고 하지만 현대건설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운영위는 하이닉스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데 따르는 신용ㆍ유동성리스크 등을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금융기관별로 CS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추가 협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매각, '정중동'(靜中動)

같은 날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도 열렸다. 현대건설의 M&A추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서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의 전반적 상황을 감안, 이번 1/4분기 중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M&A를 추진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한 주주기관들은 현대건설이 이미 정상화된 우량기업이라는 점에서 M&A를 통해 새 주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매각 개시시점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의 매각추진을 주장했지만, 산업은행이 '구사주 문제'를 들어 반대입장을 보여 기약없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산은 측은 "매각당위성은 인정하지만 구사주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품을 떠나 더 클 수 있는 기업의 매각을 시작도 안 하고 두고보자고 하는 것은 업무회피"라고 반박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당장 입장을 바꾸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라인 및 국책은행의 민영화 방향을 정할 진용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을 당장 결정하기보다는) 좀 더 두고 지켜보자는 것이 산은의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 '순항' 예상

이와 대조적으로 산은이 주채권은행인 대우조선해양은 매각이 한결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채권단인 산은과 자산관리공사 2곳의 의사결정만으로도 매각이 추진될 수 있고, 구사주 책임문제 및 잠재적 인수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오랜기간동안 매각 준비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채권단 및 주주(정부)와 협의를 통해 매각결정이 내려진다면 매각작업 착수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들의 동시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지금같이 커진 상태에서 이들 기업을 따로따로 한개씩 매각할 경우 오히려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2~3개 기업은 동시에 매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A는 한번 시작하면 최소 7~8개월 이상 걸리고 그 사이에 변수도 많아 매각스케줄이 자연스럽게 조정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하는 투자활성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알짜기업들의 매각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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