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 보건의료비 개혁…다른나라는 어떻게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1.15 14:26
늘어가는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의료비와의 전쟁은 유독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건강보험제도 등 우리와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대만은 물론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싱가폴, 고령화의 선두주자 일본,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러시아까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고 있었다.

지난 14일 '한국보건의료제도의 개혁방안'을 주제로 한국보건정보정책연구원에서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일본, 싱가폴, 대만, 러시아 등 4개 나라의 보건학자가 참여해 자국의 보건의료 현실과 개혁방안을 쏟아냈다.

일본, '예방'에 인센티브주며 의료비지출 사전에 차단

일본은 일찍부터 고령화로 고생한 나라 중 하나다. 고령화는 의료비지출을 늘리기 마련, 2005년 일본 정부는 '예방을 통해 국민을 더욱 건강하게 만듦으로써 보건의료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츠지 오카마토 일본 국립보건원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신장질환은 물론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 착안, 2015년까지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을 25%까지 감소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보험자들을 압박하는 전략"이라며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케하고 그 중 대사증후군 조건에 부합하는 수검자는 집중관리하는 방식으로 유병율 감소 목표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집중관리로 목표에 달성할 경우 일본정부는 보험료의 10%에 달하는 성과급을 부여한다. 실패할 경우 보험료의 10% 규모의 재정적 패널티가 가해진다. 이는 보험공급자뿐 아니라 그 공급자에 속해있는 피보험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싱가폴, 개인 책임 강조하며 정부보조금 차등화

싱가폴의 보건의료 재정 개혁은 3가지를 큰 축으로 한다. 개인 의료저축계정인 메디세이브와 보험인 메디쉴드, 빈곤계층을 위한 메디펀드가 그것이다. 메디세이브를 통해 개인의 책임감을 높이며, 메디쉴드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메디펀드를 통해 형평성을 추구한다. 1차의료는 메디세이브, 급성기의료는 메디쉴드가 담당하게 된다.

재정개혁과 함께 보조금을 활용한 유인책도 있다. 카이홍 푸아 국립싱가폴대학 교수 "병동 등급에 따라 보조금에 차등을 주는 방식"이라며 "1인실같은 상급병실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판단, 입원실료는 물론 진료비에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보험재정은 통합하되 급여관리자 간 경쟁유도

대만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우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모든이에게 건강을'부여한다는 취지로 1995년 전국민건강보험을 실현, 의료의 질을 상당부분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지만 고령화와 원가상승,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은 막지 못했다.

이에 대만은 보험급여 관리자 간에 경쟁을 유도하는 것으로 개혁을 꾀하고 있다. 퉁리앙 장 대만 국립대 보건대학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재정은 통합돼 있는 만큼 관리하는 관리자들을 다양화하는 것"이라며 "그들간에 경쟁을 유도해 스스로 피보험자들을 통제하며 의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비춰 쉽게 설명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독점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피, 공단을 여러개로 쪼개 각각에 경쟁을 유도하며 의료비 운용에 효율을 기하는 방식이다. 최근 우리나라 차기정부 인수위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1차의료 강화로 의료 질 업그레이드

러시아는 형법상 모든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전액 무료다. 하지만 실현가능할리 만무. 징수된 보험료로 60% 정도밖에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재정으로 의료인들에 대한 처우가 낮아 의료서비스의 질도 낮다. 또, 시장경제체제로 옮겨가며 보건의료서비스의 탈 중앙집권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의료기관들이 전혀 체계성없이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개혁지침의 최우선 과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미카이로바 율리아 러시아 의료정보화조직 중앙연구소장은 "가능한 무상의료를 제공하되 보험료를 현실화해 재정을 강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서비스를 현재 입원 중심에서 외래중심으로 바꾸고, 1차의료시스템을 체계화해 보다 전문화된 외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개혁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낮에만 입원하고 밤에는 집에가는 '낮병원'을 활성화하고 외래환자 수술센터를 만드는 등 입원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율리아 소장은 "기본적인 체계가 갖춰져있지 않은 만큼 기초부터 다진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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