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글로벌 채권, 이례적 '환매 규정'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01.14 12:12

글로벌본드 발행시 민영화 리스크로 중도환매 약정

산업은행이 최근 발행한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계약에 정부 지분 변동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경우 투자자들의 중도환매 청구를 허용하는 약정이 들어간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중도환매 약정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은행의 민영화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지만 신용등급이 국가와 같은 국책은행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산은이 앞으로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데 걸림돌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글로벌채권을 발행하면서 EOD(Event of Default) 조항에 '중도환매'를 별도항목으로 명시했다. EOD에는 '정부가 직·간접으로 소유 또는 컨트롤을 중단(COC·Change of Control)할 경우 조기상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해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채권 보유자들이 중도상환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EOD 조항은 그동안 맺은 채권 발행 계약서에 포괄적으로 들어갔었다"면서 "이번에 민영화가 거론되면서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어 이 부분을 별도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장기채권에 중도환매를 허용한 것은 해외투자자들이 그만큼 산은의 신용도를 불안하게 본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또다른 문제는 이미 발행한 채권에도 문제의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산은이 국책은행이어서 EOD 조항을 특별히 문제삼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관련법이 모호해 이 부분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앞으로 산은 지분 및 경영권을 어떻게 가져갈지 명시하지 않아 정확한 해석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이와 관련해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 산은 손실을 정부가 100% 보존해준다는 산은법 44조의 보완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은법 44조에는 '한국산업은행의 결산순손실금은 회계연도마다 적립금으로 보존하고 적립금이 부족할 때는 정부가 보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외국인투자자가 산은에 안심하고 투자하는 조건이 됐다. 산은 관계자는 "한전 민영화 때 산은이 신용을 보증한 것처럼 수출입은행이나 공공기관이 신용을 보증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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