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을 물어야지…허허"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1.14 11:49

李당선인, 신년 기자회견서 특유의 '농담' 구사

"대통령상을 물으셔야지 총리상을 물으시면…허허" "특검법 그거 꼭 물어봐야 되겠습니까(웃음)"

14일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신년 기자회견. 이 당선인은 총리 인선 진행 상황과 'BBK 특검'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처럼 농담조로 받아넘겼다.

답하기 곤란하거나 민감한 질문에는 '농'을 섞어 일단 딱딱한 분위기를 눅이는 특유의 대화 방식을 구사한 셈.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회견은 이 당선인이 간간이 내뱉은 '유머' 덕인지 시종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당선인은 짙은 회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10시 정각에 회견장에 도착했다. 배석한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이 당선인은 회견 단상에 올라 약 15분간 회견문을 낭독했다. 연설문은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박형준(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의원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인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새 정부에서 총리의 역할과 위상도 변하게 되는데 어떤 총리상을 염두에 두고 계시냐"는 첫 질문에 "대통령에게 총리상을 물어보느냐"고 받아쳐 장내에 퍼져있던 긴장감을 일거에 해소했다.

이 당선인의 답변 내용으로 안갯 속에 가려 있는 새 정부 첫 총리의 인선 기준과 총리실 개편 방향을 가늠하려던 기자들의 '꼼수(?)'가 무산된 셈.


이 당선인은 "내일부터 이명박 특검이 시작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특검법 꼭 물어봐야 되겠냐"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 또 다시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이 당선인은 그러나 '찬반' 논란이 첨예한 정책 공약을 거론할 때는 표정을 굳히고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추진 여부와 시기를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와 교육개혁에 대한 발언이 그랬다.

이 당선인은 "반대가 많으면 대운하를 포기할 뜻이 있나"라는 물음에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중요한 새로운 사업에 반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을 수 있다. 일부 언론을 보면 안된다는 전제하에 보도를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내놓은 자율형 사립고 설립 등 교육 공약에 대한 답변에서도 단호한 어조가 이어졌다. 답변 시간도 다른 질문에 비해 배 이상 길었고 설명 내용도 상세했다.

답변 도중 서너 번 연이어 "믿어주셔도 된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도 교육 정책에 대한 애정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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