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총리 지명 늦어지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1.13 15:38

李당선인 거북이 인사스타일·복잡한 기준에 "쉽지않네"

'이명박 정부' 첫 총리 인선의 윤곽이 이르면 이번 주 중반(16일께)에나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막판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 당선인측은 당초 지난 10일까지 총리 후보군을 3배수로 압축할 생각이었다. "이달 16일쯤에는 지명돼야 대통령 취임(2월25일) 이전에 총리임명 절차를 원만히 마무리할 수 있다(주호영 당선인 대변인)"는 일정표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주변에선 며칠 동안 '총리 하마평'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다. 하지만 '잡힐 듯' 할 뿐, 총리 후보는 물론 확정된 후보군 명단도 좀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총리 인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새 정부 첫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이경숙 인수위원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왼쪽부터)
총리 인선이 늦춰지는 이유가 뭘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이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과 함께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한 정치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측근들은 이번 총리 인선이 이 당선인의 '거북이형' 인사 스타일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입을 모았다. "일을 추진할 때는 '불도적'식으로 밀어붙이지만 사람을 쓸 때는 재고 또 재는 '이명박식 인사' 스타일(한 측근)"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의 '인사'가 늦춰진 예는 수없이 많다. 한나라당 경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해 5월 캠프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가 대표적이다. 경선 직후인 지난 해 8월에도 후보 비서실 인사가 예상보다 훨씬 지연,발표됐다. 당 선대위원장 인선도 지난 10월초에야 뒤늦게 확정됐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인선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예정일(지난 달 24일)보다 이틀 늦춰진 26일에야 인선안이 확정 발표됐다. 모두 한번 '결심'이 서기까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이 당선인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총리 인선이 만많찮은 이유는 또 있다. 새 정부의 첫 총리가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는 무엇보다 이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살리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경제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이 당선인은 '경제살리기'와 함께 '국민통합'을 차기 정부의 화두로 삼고 있다. 첫 총리 인선에 출신지역 등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임 직후 차기 정부의 안정적 집권 여부를 결정할 '4.9 총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이 당선인의 고민을 키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새 총리에게 일정한 '정치력'이 요구된다는 뜻이 된다.

새 총리가 경륜과 안정감, 경제 마인드, 정치 및 행정 경험 등을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비서실 보좌역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최근 "인재 풀(pool)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현재 총리 및 각료 인선 작업에 주도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새 총리 인선 기준이 복잡하다보니 적합한 사람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이 당선인측의 고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들린다.

이와관련, 이 당선인은 주말 내내 총리 인선과 정부 조직개편 구상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후보로는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이경숙 인수위원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이 거론된다. 모두 행정 경험이 풍부한 최고경영자(CEO)형 총장들이다. 충청출신 행정가인 이원종 전 충북지사의 이름도 꾸준히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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