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상 지속할 초우량 지역은행 원년"

대담=정희경 부장, 정리=진상현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 2008.01.14 10:47

은행장 신년 릴레이 인터뷰(5) 이화언 대구은행장

올 경영목표 복합금융이 강한은행
지역기반 둔 대형금융사로 발전
지방은행은 실핏줄 같은 역할해야

"세계적으로 지역금융(지방은행)의 역할이 제일 피폐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걸 아십니까."

이화언 대구은행장이 신년 초 '지방은행 육성론'을 역설했다. 머니투데이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다.

금융지원에 있어 시중은행은 대동맥 역할을 하고,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지방은행이 지역에서 실핏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행장의 지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 행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지역 금융론과 대구은행의 비전, 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 약력 △ 1944년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70년 대구
은행 입행 △ 비서실장 △ 뉴욕사무소장 △국제부장
△ 서울지점장 △ 마케팅본부장 △ 부행장 △2003년
수석부행장 선임 △2005년 3월 대구은행장 취임

-올해 경영화두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인용하셨는데요.
▶도광양회는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입니다. 대구은행은 지난 한 해 윤리경영, 환경경영, 사회공헌을 아우르는 지속가능경영에 큰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이제 세계 속의 초우량 지역은이 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의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됩니다. 오늘의 위상에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혁을 꾀하고, 생산성을 혁신하자는 의미에서 도광양회를 경영화두로 정했습니다.


-올해 경영전략이 궁급합니다.
▶금융권간 영역파괴와 전통적 은행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비은행업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2008년 경영목표는 '복합금융이 강한 은행'으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밀착영업 강화, 환경변화에 부응한 트렌드경영과 미래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및 비가격 경쟁력 제고를 통한 ´생산성 가치혁신´ 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올해 은행권의 여건이 어렵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시장의 흐름을 올바로 읽고 신속하게 대응해 올해를 향후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초우량 지역은행을 향한 출발점이자 제2창업의 원년으로 삼을 것입니다.

-세계적 초우량 지역은행이 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계신지요.
▶세계적인 초우량 지역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은행의 경영성과가 선진 우량은행 수준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무성과가 우수하다고 반드시 세계적인 초우량 지역은행이 되지는 않습니다. 재무적 성과를 뛰어넘어 윤리경영, 사회공헌, 환경경영을 모두 아우르는 지속가능경영을 성실히 수행할 때 진정한 초일류 지역은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방은행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한데요.
▶지역금융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돼야 국가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글로벌은행은 전세계에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고, 로컬(Local) 은행은 지역경제 발전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은행 중 99%가 지방은행이고, 일본은 110여개, 독일 570여개, 이탈리아는 450여개에 이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중은행들의 해외영업 비중이 3%에 불과합니다. 덩치는 크고 힘은 있고 결국 지방으로 옵니다. 지자체, 학교, 병원 등 신용도가 좋은 곳을 무차별 공격합니다. 지역은행으로서는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은행의 역할이 왜 중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대구은행은 대구, 경북지역에만 직원 3000명, 지점 200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지역민에 대한 실핏줄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이런 실핏줄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출은 리스크 파악이 먼저 돼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뢰는 시스템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 집에 숫가락이 몇개 있는지, 밥그릇이 몇개인지까지 알아야 판단이 됩니다. 점포가 몇개되지 않는 시중은행들이 리스크가 없는 큰 기업들하고만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겠지요. 큰 은행은 국가기간산업, 수도권 중심으로 대동맥 구실을 하고, 해외로 진출해야 합니다. 지역금융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은행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울러 지금처럼 지방에서 조성된 자금이 수도권으로 역류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총생산(GDP)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39% 지만 전국에서 ‘지방은행’의 비중은 10% 이내에 불과합니다.


-지역금융 강화와 대형화 중 지방은행들의 발전 방향은 어느쪽이라고 보시는지.
▶지역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와 대형화는 같이 고려돼야 합니다. 대구은행은 지역밀착 영업을 통해 지역과 동반, 성장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 40년간 지역금융의 활성화와 지역경제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투자은행(IB)이나 프라이빗뱅킹(PB)이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역기업이나 지역민도 복합금융을 필요로 합니다. 저희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규모와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금융의 효율화와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지역에 기반을 둔 대형 금융회사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쟁사인 부산은행에 비해 지역 경제 기반이 약하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저희는 이름이 대구은행이지만 영업 경계는 대구와 경북입니다. 구미에는 전자산업이, 포항은 철강 연관산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경주에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2009년에 준공 예정이며, 2010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전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새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한반도대운하 건설도 실현되면 전체 화물 및 여객터미널의 1/3이 대구·경북지역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경북 동해안 해양개발계획과 에너지산업클러스터 조성, 대구·경북지역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등이 예정돼 있고 동남권의 거점이 되는 공항 설립도 새 정부 공약에 들어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구만 보면 경제가 나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대구 경북을 같이 보면 다릅니다. 지역기반은 매우 좋습니다.

-대구은행은 내부 출신들이 행장이 되는 전통이 있는데요.
▶외부영입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거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조직 적응이나 화합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단점입니니다. 내부승진의 장점이라면 모든 업무에 정통하고 조직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 조직의 안정과 융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80% 이상도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 발전하는 대구은행의 CEO는 누구보다도 지역에 대한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CEO를 내부에서 발탁하는 전통은 대구은행의 큰 강점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