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지막 보루 '소비' 증시 직격탄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1.12 12:28

소비 위축 가시화 침체 우려 고조…금리인하 카드도 역부족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코니 베커스(52)씨는 항상 지출에 대해 조심해왔지만 지난해 가을 모기지 금리를 재조정한 다음부터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녀는 모기지 대출 금리 조정으로 대출을 갚기 위해 이전보다 한달에 300달러를 더 내야만 한다. 결국 대출을 갚기 위해 최근 1가지 일을 더 추가해 자의반 타의반 '투잡스'(Two jobs) 족에 끼고 말았다.

베커스씨는 "더 일을 해서 돈을 더 벌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무 빡빡하고 힘들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새옷을 살 수 없어 남들이 입던 옷을 싸게 파는 벼룩시장에서 옷을 구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 사정을 먼저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요즘에는 휘발유값과 식품 가격도 너무 올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주택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홀로 경기를 지탱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소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비가 위축되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대단하다.

소비는 신용경색 틈바구니 속에서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주택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소비의 끈을 놓지 않는 점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 소비 위축 가시화

그러나 결국 소비가 위축될 조짐이 나타기 시작했다. 소비는 경기 침체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지표다. 결국 소비 불안이 가시화된다면 당분간 증시도 불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신속한 금리 인하 결정도 소비 역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쇼핑 시즌의 성패를 알리는 주요 소매업체들의 12월 동점포매출 부진은 소비 악화를 알리는 징조로 작용했다. 이미 소매업체들은 소비 부진을 감안, 잇달아 실적 전망을 하향하고 나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명품 보석 업체인 티파티앤코의 연말 쇼핑 시즌 매출 부진 발표는 우려를 키웠다. 보석류는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티파니의 실적 악화는 경기 둔화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을 낳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마저 카드 보유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연체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우려가 불거지며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3대 지수 모두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9%(246.79포인트) 내린 1만2606.3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4%(19.31포인트) 떨어진 1401.02로, 나스닥지수는 2.0%(48.58포인트) 하락한 2439.94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경기 우려와 증시 불안이 지속되면서 대체 투자 대상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900달러를 돌파했다.

브루스 카스먼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경색, 유가 급등, 주택 가격 하락 등 온갖 악재요인들이 드디어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월가의 경기침체 우려가 실현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42% 정도로 보고 있다.

◇ 주택 침체 경제 다른 분야로 확산

그러나 주택 경기 침체가 경제의 다른 분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가계 부채 증가로 소비 심리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이미 모기지, 자동차, 신용카드 등 가계 대출은 자산의 18.7%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는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주가에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폴 카스리엘 노던 트러스트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자산 현황은 매우 좋지 않다"면서 "의지할 저축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 대출 기준이 보다 엄격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수중에 돈이 마르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 급등도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1년전 갤런당 2.28달러에서 3.10달러로 급등했다. 밀가루를 비롯한 필수 식료품 가격들도 잇달아 치솟고 있다.

뉴햄프셔주 나후아에서 플레처스 어플리언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데이브 패스터씨는 휘발유 가격과 난방유 가격 급등이 매출 하락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 신용에 대한 우려도 주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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