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11일 1034억원 규모의 동부화재 보유주식 200만주(2.82%)를 동부하이텍에 빌려준다고 공시했다. 김 회장은 빌려준 주식에 대해 주식시세의 1%를 연간 수수료로 받는다. 개인이 소유한 주식을 빌려주는 것이니, 엄밀히 말하면 불법은 아니다.
◇동부하이텍에 단순 자금지원..왜?
그러나 시장에선 이번 거래가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다. 동부하이텍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면 김회장이 보유한 동부 계열사 주식을 팔아 동부하이텍 유상증자 참여하거나 동부하이텍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도 되기 때문이다.
김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는 동부화재 주식을 굳이 빌려주는 방식을 써서, 동부하이텍이 그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오게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동부화재 주식은 동부그룹사 주식 가운데 가장 알토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동부하이텍이 은행이나 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차입하기에 신용도가 낮아 그룹 대주주의 지분을 '싸게' 차입했다는 것. 그만큼 동부하이텍이 재무적으로 어려운 처지라는 의미다.
실제로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연말 대치동 부동산을 299억원에 팔기도 했으며, 보유중이던 동부화재 보유지분 341만1680주를 1600억원에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동부그룹은 반도체 관련 로봇사업을 위해 코스닥사 다사로봇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때 유상증자에 참여한 곳은 직접 반도체 사업을 하는 동부하이텍이 아닌, 동부정밀화학이어서 시장에서는 동부하이텍의 자금난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1034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빌려준 것은 동부하이텍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수 있다"면서 "결국 뇌사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바꿔준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동부하이텍 경영정상화 의지의 표현?
김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부하이텍 유상증자를 고려하지 않은 동부하이텍을 '살리고는 싶지만 갖고 싶지는 않다'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김 회장이 동부하이텍에 1000억원의 주식을 빌려줄 정도로 동부하이텍 경영 정상화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는 평이다.
이영곤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가 시장에서 특이한 것은 사실"이라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최악의 경우 동부하이텍의 경영악화로 동부화재의 주식이 반대매매되면 대량매매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동부화재의 주가에 일시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이 주식을 담보로 A금융기관으로부터 농업부문의 운영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700억원 규모의 자금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서 차동천 대표(농업부문) 주재로 이사회를 열고, 김 회장으로부터의 주식차입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동부 그룹 관계자는 "동부하이텍 농업부문의 경우 동절기에 생산해서 봄부터 판매하는 물량이 많은 데 여기에 소요되는 원부자재의 조달을 위한 운용자금 확보를 위해 김 회장이 동부하이텍 주식을 빌려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을 빌려준 것은 지분 구조의 변화 없이 자회사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이 대주주 입장에서 하이텍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지분을 대여한 것이만큼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