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선후퇴 발언 진의는?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1.11 16:43

장남 남호씨로의 경영권 승계 초읽기 수순 등 해석 분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그만하고 싶다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대체로 농담성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동부그룹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경영권 승계 작업과 전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0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 하정임 여사의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증권사 인수합병(M&A)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CEO 더 할 생각이 없다. 40년 정도 했으면 많이 했지 않느냐. 이제 은퇴해야지"라고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최근 일본에 머물다 귀국후 빈소를 찾은 김 회장의 이날 발언은 평소 화법과 정황에 비춰볼 때 온전히 속내를 전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다만, 김 회장의 장남인 남호 씨로 동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실어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남호 씨에게 동부씨엔아이의 지분 11%를 증여했으며, 동부씨엔아이는 동부하이텍으로부터 동부정밀 지분 21.58%을 매입함으로써 남호 씨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남호 씨는 16.68%의 지분으로 동부씨엔아이의 최대주주이며, 동부씨엔아이는 동부정밀, 동부정밀은 동부제강의 최대주주다. 아울러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 금융계열사와 그룹의 모기업인 동부건설을 지배하고 있는 동부화재의 개인 최대주주 역시 남호 씨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남호 씨의 경영수업 등 승계작업과 관련해 김 회장이 구체적인 계획을 최근 세운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은 김 회장의 일선 후퇴와 맞물린다.

또 동부그룹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조만간 남호 씨가 계열사를 통해 경영수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고 있다. 특히 동부씨엔아이는 그룹 내에서 컨설팅과 IT서비스를 맡고 있어 남호 씨가 경영수업을 받는 최적의 계열사라고 지적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회장이 40년간 CEO를 했다는 말을 최근 자주 했다"면서 "기업 경영 여건과 환경이 매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CEO로 재직하며 느낀 소회를 애둘러 표현한 것 같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남호씨는 1975년생으로 경기고를 나와 미국 웨스트민스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경영컨설팅사인 AT커니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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