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녀의 장난, 트리플 위칭 데이

남궁원 외부필자 | 2008.01.11 10:21
무자년 첫 두 주 동안의 시장 분위기는 꽤 정신없었던 것 같다. 고유가, 미국 경제 침체 우려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 우려까지 악재가 겹치며 외국인은 파생시장에서 계속 선물을 매도하며 시장에 부담을 주었다. 1820 정도에 위치한 추세 하단선을 네 번이나 터치했으나 계속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추세 하단부를 지켜낸 시장이었다.

미국 시장이 폭락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강했다고 볼 수 있겠다. 과연 이 하단부가 지켜질 지 두고 봐야겠다. 만약 붕괴된다면 다음 저점은 1780 중반 정도이다. 오버슈팅이 된다면 1770선이고 말이다. 이 선이 붕괴된다면 시장은 당분간 힘들 수도 있다는 게 필자의 관측이다. 남은 이번 주 역시 옵션 만기일과 맞물려 주식 시장은 혼조세를 겪지 않을까 생각된다.

3, 6. 9. 12월 두 번째 목요일은 트리플 위칭 데이라 불린다. 트리플 위칭 데이에 대해서는 많이들 들어 보셨을 것이나 이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계시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그냥 막연히 ‘트리플 위칭 데이는 주식 투자하는 데 위험한 날인가 보다.’ 정도가 아닐까? 그래서 이번 주는 트리플 위칭 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볼까 한다.

Witch는 사전을 찾아보면 마녀, 여자 마법사란 의미인데 witching은 ‘마녀가 횡행하는’이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Triple Witching Day라는 것은 세 마녀가 동시에 횡행한다는 말인데 도대체 세 마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세 마녀란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옵션의 세 가지를 의미하고 이 3개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날을 트리플 위칭 데이라 하는 것이다. 3, 6. 9. 12월 두 번째 목요일이 트리플 위칭 데이인 이유는 선물 만기는 3월, 6월, 9월, 12월 둘째 주 목요일인데 반해 옵션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이므로 세 달에 한 번씩 세 가지 파생 상품의 만기일이 겹치게 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세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데 왜 세 마녀란 표현을 사용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필자의 이전 칼럼 <선물, 주식 시장의 futures>에서 설명한 차익 거래를 다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관 투자자와 같은 속칭 메이저들은 선물지수와 Kospi 200 지수는 만기일 종가에 같아질 운명이기 때문에 선물 거래를 할 때 차익 거래를 전제로 하게 된다고 했다.

콘탱고 상태에서는 비싼 선물을 팔고, 더 싼 주식 묶음을 사고, 그 반대인 경우는 비싼 주식을 팔고 더 싼 선물을 사면 결국 그 차익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거래 규모가 워낙 크고 복잡하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컴퓨터에게 대신 하도록 지시하게 되는데 이런 매매를 '프로그램 매매'라고 부른다고 했다.

결국 만기일에는 메이저들이 차익 거래를 위해 임시로 보유하고 있던 현물 주식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를 주식시장에 매도하여 정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때도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램 매매를 하게 되므로 한 순간에 대량의 매물들이 쏟아지게 되어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작년 한 해 동안 트리플 위칭 데이에 오히려 급등한 예가 많아 무슨 소리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작년에 장이 좋았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장이 좋으니 물량이 쏟아져 조금이라도 지수가 밀리면 이 때가 기회다 하며 저가 매수하겠다고 달려들어 매수가 매수를 낳아 물량을 소화하며 오히려 급등하는 경우가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반대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을 때는 매물이 매물이 낳아 급락의 여지가 크니까 말이다. 따라서 트리플 위칭 데이에는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나 지수 선물, 지수 옵션, 개별주식 옵션의 파생을 하는 사람이나 모두 초긴장을 하게 된다.


재미삼아 2006년부터 작년까지 트리플 위칭 데이의 주가 추이를 조사해 보았다.
2007년 12월 13일 1,915.90 ▼ 11.55 (▼0.60%)
2007년 9월 13일 1,848.02 ▲34.50 (▲1.90%)
2007년 6월 14일 1,769.18 ▲47.19 (▲2.74%)
2007년 3월 8일 1,423.89 ▲12.94 (▲0.92%)
2006년 12월 14일 1,418.38 ▲35.10 (▲2.54%)
2006년 9월 14일 1,358.75 ▲25.62 (▲1.92%)
2006년 6월 15일 1,219.40 ▼ 2.33 (▼0.19%)
2006년 3월 16일 1,335.98 ▲ 2.00 (▲0.15%)

오히려 2년 동안의 데이터들은 트리플 위칭 데이에 큰 폭의 하락보다는 큰 상승이 있었던 날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만큼 장이 좋았단 것이다. 예전에는 원래 트리플 위칭 데이가 다가오면 물량 부담이 있는 코스피 시장을 떠나 코스닥 시장 쪽으로 옮겨 타라는 말이 나오곤 했는데 작년 같은 경우는 오히려 코스피 시장에 있는 것이 더 짭짤했을 것이다.

올해 장에 대해서 예측들이 많다. 물론 누가 맞을지는 아직 며느리도 모른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시장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언제까지 FRB의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일지도 두고 봐야할 문제다. 여하튼 또 한 번 파생 시장 쪽으로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 물결을 타느냐 못 타느냐 혹은 거꾸로 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다음 주에는 ELW에 대해 좀 더 알아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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