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미 침체에 빠졌다"(종합)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1.10 08:21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잇따라 주장

'많은 전문가들에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인가하는 전망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이미 침체가 왔는지가 논란이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에 침체가 왔다며 침체 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주 4일 발표된 미국의 12월 실업률 지표가 사실상 침체를 확인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와코비아 등은 신중한 낙관론을 펴며 침체를 기정사실화하는 견해를 반박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신용경색에서 가장 적은 손실을 입은 반면 메릴린치는 씨티그룹과 더불어 가장 많은 충격을 입었다. 침체를 얘기하는 강도는 메릴린치가 제일 세다.

◇메릴린치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 국면"

BBC와 CNN머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이번주 리포트를 통해 고용 개인소득 산업생산 판매 등 침체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변수들이 모두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침체를 선언했다.

메릴린치는 "침체가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고 했다. 메릴린치의 북미 지역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침체는 현실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5%로 올라선 12월 실업률은 공식적인 침체가 이미 왔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로젠버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주간 노동시간이 전분기 대비 감소할 때 침체가 왔는데 지난 3분기와 4분기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제시했다. 또 지난 60년 흐름을 볼 때 침체 국면에서 실업률은 0.5%포인트 늘어났다며 12월 실업률은 3월 4.4%에서 0.6%포인트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전미경제학회(NBER)의 판단을 근거로 정부가 선언한다. 통상 2분기나 그 이상 기간 동안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침체로 판단한다. NBER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뿐 아니라 고용, 실질 개인소득, 제조업 생산활동을 모두 고려한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분기대비 지표 흐름보다 실시간 동향을 중시한다. 마지막 공식 침체는 2001년3월부터 11월까지 있었다.

메릴린치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거부되어야한다"며 "심각한 경기 둔화에 대해 '침체와 같은'이라는 미사어구를 사용하는 것은 임신부가 임신과 같은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금리 2.5%까지 내려야 완만한 침체
롤드만삭스의 수석 미국 지역 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지우스는 올해 침체 확률이 대략 3분의 2 정도라고 보았다. 해지우스는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저점대비 0.33%포인트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해지우스는 이 선을 넘어서는 실업률 증가는 100% 침체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침체는 상당히 '온화하며'(mild) 6개월 정도 지속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은 분기별로 1% 안팎 유지될 것이라고 보았다.

단, 이처럼 '순한' 침체는 연준이 금리를 깊고 빠르게 내려 현재 4.25%에서 2.5%까지 조정해야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대통령 선거 시즌을 맞아 세금 감면과 같은 경기 활성화 정책도 기대했다.


해지우스는 실업률과 더불어 집값 하락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고점 대비 20~25%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가격이 소비와 신용시장에 영향을 미쳐 미국 경기 침체를 견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중한 낙관론자들도 심각한 둔화는 인정
침체를 확신하는 전문가들에 맞서 '아직은 아니다. 최악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와코비아는 월간 전망을 통해 "우리 모델에 따르면 향후 6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은 50%를 조금 넘는다. 미국 경제가 곧바로 침체로 수직 낙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12월 실업률은 심한 태풍에 따라 특정 지역과 업종에서 실업률이 높아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침체 가능성을 믿는 많은 전문가들조차 이미 침체가 왔는지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전미경제학회(NBER) 회장인 마틴 펠트스타인 하바드대 교수는 CNBC에 출연해 "현재의 미국 경제가 침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지표는 수정될 수 있다. 최근 실업률과 제조업 생산 등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경기침체를 지금 단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가 심각한 위험이 있는데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시 정부 초기 세금 감면을 주도한 펠트스타인은 경기가 침체는 아니라고 해도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야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연준 금리인하 목소리 높다
침체로 접어들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날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는 일반 가정 전화, 광대역 통신 등의 사용요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해 통신선을 차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실물경기 침체 우려를 더하기도 했다.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 이사들까지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는 발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 금리인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가급적 빨리 금리를 인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세제 정책과 모기지 지원을 통해 부양에 나서야한다고 주문했다.

봅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침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많은 근거가 있어야한다"며 "침체 논란과 별도로 연준은 성장과 인플레에 기반해 금리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편한 상황은 절대 아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해 연준(FRB)의 통화정책 결정을 한층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해야하는 연준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 등 쉽지않은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침체 방어 수단을 동원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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