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대운하 사업 어떻게 접근할까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 2008.01.10 10:53
한반도 대운하사업과 관련하여 대통령 인수위는 2월 대토론회와 3월 공동탐사 등 의견수렴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이 대운하사업에 대해서는 “토목공사 큰 것 한 건 하면 경제가 살아나는가”라며 애초부터 소금을 뿌리려는 냉소적 입장도 있고, 대운하사업은 대선공약이었으므로 의견수렴절차 역시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으며, 지난 대선 결과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이를 대운하공약에 대한 국민의 승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대운하사업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대체로 찬성 쪽은 대운하가 운송수단으로서 경제성이 있고, 하천 준설로 얻어지는 골재를 매각하여 건설비용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으며, 민자유치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쪽은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댐의 추가적 건설과 터널 건설 등의 막대한 비용, 운송수단으로서의 비효율성 등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문제는 찬반 입장 모두 사업의 금전적 경제성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의 경제성 평가도 매우 중요하며 그 평가에서 사업의 파생적 효과나 장래의 효과도 객관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환경문제 등 사업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ㆍ편익분석도 충분히 이루어져야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한강, 낙동강 등의 하천 관리에 관한 정부의 주된 역할은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 특히 상수원의 확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수천년전 인류문명 발생기부터 치수(治水)가 국가의 성립 및 ‘존재의 이유’였다는 사실이나 우리 헌법 제34조 6항의 국가의 재해 예방 및 재해로부터 국민 보호 의무 규정에서 보듯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는 단지 경제성내지 시장경제원리의 적용대상이라기 보다는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이 보다 강한 영역이다.

따라서 대운하 관련 논쟁에서는, 이와 같은 치수의 공공재성을 전제로 하여 과연 현재의 한강과 낙동강 등의 치수상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며 현재의 수준을 향후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은가와 과연 대운하사업이 현재의 치수상태를 얼마나 개선하고 그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연례적인 여름철 집중호우만으로도 한강, 낙동강 등의 홍수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 특히 홍수조절용 댐이 부족한 남한강유역은 범람위험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댐의 추가건설이 잘 진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2005년 미국 뉴올린즈를 강타했던 카트리나와 같은 폭풍우가 수도권 한강유역을 강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카트리나로 미국이 입은 공식적 인명피해는 사망 1,836명, 실종 705명이며 재산피해는 812억 달러로 당시 기준 우리 돈으로 97조원을 초과하였다.

이 엄청난 피해를 낳은 카트리나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상승이 태풍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는 점과 도시면적의 확대와 석유개발을 위한 습지의 축소가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아파트단지의 급속한 확대 등으로 인한 농지와 산림의 축소, 특히 수도작(水稻作)을 하는 논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습지의 현저한 축소 역시 현재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카트리나는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이러한 증가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방설비의 보완 및 강화는 물론 비상시 한강물을 낙동강으로 낙동강물을 한강으로 배출할 수 있는 시설도 유용할 수 있다. 댐의 건설도 그 환경파괴적 측면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홍수예방 및 수자원확보라는 본래의 목적 외에 습지의 확대라는 측면도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물부족 국가인 우리로서는 여름에 집중되는 강우를 최대한 확보해 두어야 한다.
 
현재 먹는 물, 즉 상수원에 대한 정부의 대책 역시 팔당호 바닥에 쌓인 두꺼운 오염물 퇴적층이 대변하듯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경기도가 팔당호 퇴적물을 준설하려다가 수돗물 대란을 우려해 중단한 것이 우리의 실정 아닌가.

최근 수년간 팔당호 수질은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수질을 악화시키고 물고기 등 수중생물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한강과 낙동강의 바닥에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오니도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의 치수의 과제, 즉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라는 공공재의 확실하고 충분한 공급은 국가의 의무이다. 따라서 그 치수의 비용은 국고에서 충당해야할 일종의 필요비로서 위험관리에 중점을 두고 사회적 비용ㆍ편익 기준을 고려하여 산정ㆍ집행되어야 하고 일단 대운하사업의 시행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대운하를 건설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수로(水路)의 건설 외에 이상의 치수의 문제들도 모두 포섭하여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도록 추진되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물론 치수의 수단으로서도 대운하 건설이 타당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면 이점이 대운하의 단순한 경제성 평가 외에 충분히 고려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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