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앞두고 인수위-부처 갈등

송기용 여한구 기자 | 2008.01.09 17:50

인수위 로비 멈춰라 '경고', 통폐합 대상 부처 생존위해 각종 방안 동원

"일부 부처의 로비 정황을 포착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구태에 좌우되지 않겠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9일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정부 부처의 저항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일 잘했으면 폐지 애기 나오겠나" = 김형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직개편 안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일부 부처가 산하단체를 동원해 신문광고를 내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구체적 로비를 하는 정황이 포착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 왜 정부 개편을 못했는지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며 "이명박 정부는 시대를 거꾸로 흐르는 구태적인 행태에 영향받지 않고 좌우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조직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경고는 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 등을 향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요즘 해수부,정통부를 없애서는 안된다는 (청탁성) 전화로 밤새 시달리고 있다"며 "전화까지는 좋지만 신문에 광고를 내고, 인수위에 공무원을 보내서 로비하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해양수산부가 일을 잘 했으면 왜 없애자는 애기가 나오겠냐, 일 못했으니까 통폐합 주장이 나오는 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들이 남은 어떻게 되던 나만 살아남겠다는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지원해준 국민들의 성원을 생각해서라도 정부조직 '슬림화'를 꼭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역구(부산 영도)가 섬을 끼고 있어서 지역구민에 어민 등 어업종사자가 많고,국회 정보통신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해 IT쪽 지인도 많다"며 "마음이 아프지만 정부조직개편이 개인적인 이해 관계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부처 꼭 살아야 한다" = 이명박 정부가 정부부처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하자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로비를 펼치면서 한편으로는 조직적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부처는 직접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산하 단체와 협회 등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폐지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과 항운노조, 현대상선 등 해양수산부와 연관된 단체 및 기관·기업들은 이날자 모 신문에 광고를 내고 "세계 5대 해양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해수부는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전 세계가 21세기 치열한 해양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해양행정조직을 확대하는 시점에서 해수부 해체론은 시대 역행적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해양수산부 폐지를 반대하는 각종 단체들의 반대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지방유치위원회(위원장 노진영)와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대표 박인호) 등 3개 시·도 관계자 300여명은 8일 여수시청 회의실에서해수부 존치를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새 정부가 2012년 세계박람회 주관 부서인 해양수산부를 폐지할 경우 여수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수부 존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도 전날 부산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양강국 도약을 위해 해양수산부를 해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인천과 전남 광양지역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발표해 '해수부 폐지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를 비롯한 27개 정보통신 유관 단체들도 9일 성명서를 내 "정보통신분야 정부조직의 해체는 그 산업발전적 기능의 위축뿐만 아니라 어렵게 다져온 통신과 방송의 융합기조를 흔드는 상황으로 내몰 것"이라며 정보통신부 통폐합 논의를 반대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회원 20여명은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가족부 존치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로 통폐합한다는 것은 그동안 발전시켜온 여성정책의 후퇴와 성평등 정책의 포기나 다름없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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