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 왜 동문건설 지분을 샀나?

더벨 이승호 기자 | 2008.01.10 09:40

[동문건설지분 '의혹의 거래']①


-"IPO 보고 투자, 8개월후 이익시현할 것"
-임원 임상철씨 싸게 지분 판 배경도 의문


이 기사는 01월10일(07: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2월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문의 공시 하나가 떴다. 메리츠종합금융이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인 동문건설의 지분 8.81%(15만9544주)를 주당 7만2000원, 총 115억원에 인수했다는 내용이었다.

메리츠종금은 1년후 쯤 있을 IPO를 보고 투자했다면서도 그 전에 자금을 회수할 뜻을 내비쳤다. 주식을 판 이는 회사 임원으로 IPO로 대박을 터뜨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회사는 한술 더 떠 IPO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메리츠종금, 비상장사 지분 선취매?

메리츠종금의 동문건설 지분 인수 사실이 알려지자 여의도 증권가에선 "과감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최근 주택전문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비상장사라서 유동성도 떨어지는 주식을 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말부터 몇몇 주택전문 건설사들은 자금줄이 막혀 줄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동문건설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건설사(중견 주택전문건설사로 신용등급이 BBB급)에 비해 현금흐름이 비교적 좋기는 하지만 시장상황이 워낙 험악해 최적의 투자시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장이 된다 하더라도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그때까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몇년이고 돈이 묶여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이 회사는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예비심사 상장청구서를 내는 등 IPO작업을 상당부분 진전시켰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비상장사로 남아있다. 또 지난 2004년초 한차례를 빼고 동문건설은 배당을 한 적도 없다.

이에 대한 메리츠종금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 투자이유를 '올해말이나 내년초 있을 IPO'라고 하면서도 그전에 철수할 뜻을 밝혔다.

메리츠종금 고위 관계자는 "동문건설 지분 매입에 대해 (시장에서)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문건설의 모든 리스크를 검토했다"며 "회사가 조만간 IPO를 추진할 예정이며 그 이전에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그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함구했다. 다만 "동문건설에 대한 투자 이익 실현 시기를 지분 매입시점으로부터 8개월 이후로 보고 있다"며 "그 시기는 IPO 이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임원의 지분매각, 왜 외부로 팔렸을까

메리츠종금은 동문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배정받은 것이 아니다. 경재용 회장 등 대주주의 지분이나 자사주도 아닌 회사 특수관계인(임원) 한사람의 지분을 매입했다.

비상장사의 경우 초창기에 지분을 투자한 멤버가 회사를 떠난 경우 그의 지분을 내부에서 인수하는 관행이 있다. 동문건설도 마찬가지로 2004년 주요 주주로 참여했던 두 사람이 회사를 떠날 때 회사 돈으로 그들의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한 후 이익 소각했다.

동문건설은 지분 모두를 최대주주인 경재용회장 일가 및 회사 임원 중심으로 구성된 일부 주주들이 보유한 그들만의 회사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임원 한 사람이 판 지분을 동문건설의 경재용 회장이나 주주로 참여한 다른 임원들이 매입하지 않았다. 1984년 창사 이래 외부 기관이 동문건설의 주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이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에 대해 동문건설과 메리츠그룹의 최고경영자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정한 시기에 메리츠종금이 동문건설 측이나 제3자에게 되팔기로 약속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메리츠종금에 매각된 지분중 일부가 경회장의 지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시장의 관측에 대해 동문건설과 메리츠종금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동문건설 임원, 막대한 IPO 프리미엄 포기?

메리츠종금에 주식을 매각한 사람은 임원인 임상철이사다. 그는 중소기업이었던 동문건설을 대기업으로 키운 공신이며 약 8.8%씩 지분을 사이좋게 나눠갖고 있는 몇명의 임원중 한명이다. IPO는 물론이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게 당연하다.

그런 그가 IPO를 앞두고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번 딜을 주선한 동부증권측은 동문건설의 주식 가치를 10만~12만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이사의 주당 매각가격이 7만2000원이니 대략 30% 이상 싸게 판 셈이다.

IPO를 불과 1년여 앞두고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상장 프리미엄 50억원 이상을 포기한 것이다. 아니면 임씨 스스로가 회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봐서 지금이 지분매도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또 개인 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해 지분을 팔았을 수도 있다.

어느쪽이 됐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임씨의 지분매도 행위가 다른 주주들의 이해에 직간접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들 내부의 규율 또는 갈등이 있었을텐데 그런 정황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했다면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주주들이 주식을 사줄수도 있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임씨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이후 아직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있다.

IPO보고 투자했다는데… 회사는 "추진한적 없다"

메리츠종금이나 동부증권과 달리 당사자인 동문건설은 IPO 추진을 부인하고 있다.
회사 최고경영자가 결정을 하지 않은 만큼 언제 IPO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IPO를 부인하고 있는 동문건설과 IPO 때문에 투자했다는 메리츠종금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어느쪽이 맞을까.


◆동문건설 어떤 회사? = 동문건설은 시공능력 50위(2007년)의 주택전문 건설회사다. 1984년에 설립됐다. 경기도 고양시와 구리시를 비롯해 파주시, 화성시, 부천시, 용인시, 의왕시, 수원시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아파트 사업에 집중하며 중견 건설회사로 도약했다. 브랜드는 '동문굿모닝힐'

2006년 경영실적은 매출 3015억원, 영업이익 250억원, 순이익 207억원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주택경기가 위축된 2007년에도 3분기까지 매출 2384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순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은 100억원이며, 이익잉여금은 3분기말 현재 1609억원.

동문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52.23%(94만575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경재용 회장이다. 나머지 지분은 공재국 전무(8.81%) 김시환 상무(8.82%) 정연석 상무(8.84%) 등 회사 임원과 계열사인 르네코 주면호 사장(8.81%) 등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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