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교육공약, 이대로 괜찮을까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 2008.01.08 16:15

서열화, 획일화 우려..."일방적 추진보다 의견수렴 필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교육 공약'인 고교 다양화와 대입 자율화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지만, 서열화와 획일화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견 수렴을 비롯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교 경쟁력ㆍ자율성 강화하면 사교육 시장 없어지나?

이 당선자 측이 제안한 주요 교육 공약은 고교 다양화와 중·고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화 등이다. 취지는 모두 '사교육비 절감'이다.

다양화, 특성화 고교 육성을 통해 현재 학생당 월 45만원에 달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사교육비(연간 총 7조원)를 절반(총 3조5천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규제 위주의 입시정책이 점수에 의한 줄세우기식의 획일적 방법이었던 만큼 대학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면 입시부담, 사교육비 부담도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도 한 몫했다.

그러나 '고교 다양화'보다는 '서열화'를 부추기고 중고교별 학업성취 수준 공개로 학교간 학생간 점수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유병화 비타에듀 평가이사는 "고교 입시가 부활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성 마저도 '일류대 진학률'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여러가지 평가 잣대를 마련한다 해도 학업 능력이나 진학률보다 객관화된 데이터 발굴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 이사는 대학 입시 자율화에 대해 "입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져 입시제도 불확실성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해 왔던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행적 불안감을 해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다양화로 간다고 하지만 결국 평준화에 반하는 서열화ㆍ획일화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실장은 "다양한 교육과정보다 좋은 대학 진학이 더 중요한 한국 풍토에서 제시된 이번 정책은 결국 암기와 반복으로 대변되는 고질적 입시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 수요자, 소비자는 배제된 일방적 목소리는 위험

새로운 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최병기 영등포 여고 교사는 고교 다양화 정책에 대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도 교육 수혜자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주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미 대입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실업계 고교 등도 "'특성화 강화'에 힘입어 본연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교사는 "다만 대입과 관련해 대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대학의 공공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로 '안전한 학생 선발'에 익숙했던 대학들이 우수 인재에 대한 가치관과 기준을 새롭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최아란 하이퍼센트 강의기획팀 대리는 "학교별 경쟁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학교 교사들의 노력에 따라 공교육 안에서도 입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대감 속에도 '정책의 일방성'에 대한 우려는 묻어났다. 인수위를 위시한 대교협과 대학 당국 위주로 교육 제도 개편이 진행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사는 "정작 교육 제도의 당사자인 일선 학교 교사나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추진되는 정책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입장을 수렴해 최선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숙자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위원장은 "현재 인수위는 교육정보공개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등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국가 여론과 일정한 질서나 체계에 대한 존중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에 대해 조만간 연대적 차원의 의견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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