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단백질 및 항체 개발 총력전

이종서 에이비프런티어 대표 | 2008.01.08 13:19

이종서의 단백질 의약품 바로알기⑩-끝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 영화를 보면 카우보이들이 드넓은 초지에 말을 타고 다니며 목장의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울타리를 세우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나 넓은 땅이 펼쳐지기에 이러한 일이 가능 했던 것인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고 부럽기도 했다. 시공을 넘어선 지금도 이같은 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남극이나 심해개발에서 심지어 달 탐색에서도 개발우선권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최근 사람 단백질 분야에도 동일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정상인과 환자의 단백질 발현 형태를 소상히 조사하고 미세한 차이를 통하여 질환의 지표 단백질을 발견하고 있다. 이렇게 발굴된 단백질에 대해 질환 치료나 진단 적용에 관한 특허를 청구하고 항체를 개발하여 우선권을 주장하는 것은 마치 누가 먼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가와 동일하다.

이 일은 조직이나 국가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각국의 과학자들과 정부가 얼마나 이 같은 일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가를 간단히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매년 노벨의학상을 발표하는 스웨덴에서는 2003년부터 국가 단일과제로서 가장 큰 규모로 스톡홀름의 왕립과학연구소 마티아스 울렌박사가 중심이 되어 스웨덴 과학자 100여명이 약 10개 팀으로 이루어서 HPR이라 불리는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이 컨소시엄은 인체 내 전체 단백질에 대해 모든 항체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운용중이다. 인간 단백질 지도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2015년까지 적어도 인간 유전자당 1개에 해당하는 약 2만3000개의 항체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인간프로테옴기구(HUPO)의 공식 국제 항체 개발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까지 성공적으로 개발된 3015개의 항체 결과는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으며 우리 에이비프런티어사도 이 프로젝트의 항체 파트너로서 매년 5000여 건의 항체를 공동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사람의 성별, 연령, 질병 (암)의 유무에 따라 인간 조직에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의 발현 양상을 항체를 이용하여 확인한 후 질환 단백질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이다.

울렌 박사는 " 제약산업을 볼 때, 현 치료제의 98%가 단백질의 기능 조절에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의 인간 단백질 지도화 사업의 노력은 제약사나 학계에 신약을 위한 새로운 타겟 단백질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암을 비롯한 질환을 조기에 진단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개발될 약들의 부작용이나 적합성도 사전에 검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과학적 연구 성과는 세계 과학자들과 공유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얻어질 항체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제에 대한 산업적 응용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스웨덴 및 일부 과학자들이 선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프로테오믹스 분야에 다소 소극적으로 비추어졌던 미국의 경우도 2005년부터 국립 암 연구소를 중심으로 암에 관련된 마커 단백질들에 대한 표준시약으로서 항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에 일부 암 단백질에 대한 항체 개발 결과를 2007 HUPO 학회를 통해 발표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유럽의 26개 및 미국의 2개의 연구소와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 컨소시엄인 일명 프로테옴 바인더 그룹은 2008년 또는 2009년부터 인체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개발하고자 최근 참여 조직 구성을 완비하고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국내의 경우, 1000여명의 과학자가 활동하는 한국인간프로테옴기구(KHUPO)가 활발한 국내외 공동연구나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2002년부터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단이 출범하여 질환 단백질 발굴에 우수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앞서 예를 든 바이오 선진국처럼 질환 단백질 발굴과 항체 개발이 동시에 특성화된 인프라로서의 연구센터나 산/학/연 정부지원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국내 단백질을 발굴하는 프로테오믹스 연구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연구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백질 연구를 위한 세계학회인 HUPO에 국가를 대표하여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자들 역시 그 재원은 각자의 연구비로 충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바이오 신약 강국을 목표로 달려 가고 있다.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각국의 단백질 항체 개발 전쟁에서의 성과는 바로 몇 년 후 바이오에서 창출될 국가 경제력의 원동력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2008년에는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관련 학계와 산업체가 함께하는 단백질 항체 분야에 대한 총력전이 펼쳐지기를 고대하며 본 컬럼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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