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열풍', 대세로 굳어지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01.08 10:15

흑인 초선의원 배럭 오바마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영원한 연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힐러리 클린터 의원은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려 있다. 당내에서 후보 사퇴론이 대두될 정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변화론'이 미국 국민들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류를 착각한 힐러리 후보 선거 진영의 오판이 화를 자초했다고 전했다.

◇뒤바뀐 처지

오바마 후보는 앞선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힐러리 후보를 3위로 밀어내며 서전을 장신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힐러리 후보는 여유를 보였다. 아이오와 코커스 이전 힐러리 후보와 오바마 후보 사이의 전국 지지율 격차 20%포인트.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러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경선)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오바마 후보가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힐러리 후보를 따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국 지지율 격차도 확 좁혀졌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후 역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오바마 '열광' 힐러리 '썰렁'

현재 진행 중인 뉴햄프셔 선거운동을 대하는 유권자들의 모습에서 두 후보의 뒤바뀐 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오바마 후보는 연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신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몰려든 유권자들을 수용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부랴부랴 추가 공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밀려드는 유권자들을 모두 감당하긴 어렵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눈발이 흩날리는 날씨에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오바마 의원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연설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지키는 유권자들도 부지기수다.

힐러리 후보의 유세장 모습은 사뭇 다르다. 유세 초반 연설장을 찾던 유권자들의 수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유세장 분위기도 예의 유세 현장에서 볼 수 있던 열광이나 환호와는 거리가 멀다.

◇오바마, '희망의 변화'

외신들은 두 후보의 처지 변화가 선거 전략 차이에서 빚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돌풍의 오바마 후보는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

"미국에는 지금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미국 역사의 새 장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희망은 미국의 노예제도를 종식시켰으며 미국(인)을 대공황에서 벗어나 인권 챔피언의 자리에 올려놨다"

"우리는 우리에게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말하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지도자가 필요할 뿐이다"

말 그대로 지금이 변화의 시기이고 희망을 갖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힐러리, 시류 판단 실패

힐러리 후보 역시 변화를 말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진 못하고 있다. 그저 정권 교체용 변화라는 색이 짙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후보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진을 차용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선거 참모들이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 재선 당시의 선거 전략을 고스란히 답습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심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상당수 미국 유권자들은 힐러리 후보의 선거 전략이 지나치게 정연하고 잘 짜여졌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후보의 '희망'을 '거짓된 희망'으로 표현하거나 상대 후보의 진실성 검증을 운운한 것도 부작용을 낳았다.

여기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섬으로써 오히려 힐러리 후보 본인의 이미지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반전 vs 대세몰이' 다음주 격전 예고

힐러리 후보측은 일단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포기한 눈치다.

뉴햄프셔주에서 숨을 고른 뒤 미시간주(15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19일)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등록 당원 중 절반이 흑인이다. 세 역전이 쉽지 않은 양상이다.

반대로 오바마 후보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 중서부에서의 돌풍을 다음주 북동부로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미시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승리할 경우, 오바마 후보 경선 승리는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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