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느 날, 김준기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은 한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거식증 치료를 받던 한 여대생의 아버지였다. 그는 "부인이 싸우고 집을 나갔다, 아이가 걱정된다"고 했다.
김 원장은 곧바로 여대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김 원장은 여대생의 자살 소식을 들어야 했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여대생이었다. 좋은 학교, 넓은 집, 부유한 부모. 이 아이는 엄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착한 아이로 자랐다.
대학 진학 후 아이는 더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갈망하게 됐다. '날씬한 몸매'는 이 사회가 여자들한테 주는 '사랑의 자격증'이 아니던가. 아이는 거식증에 걸렸다.
김 원장의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가족의 불화는 결국 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건 이후, 김 원장은 상담 분야를 넓혔다. '식이장애 치료'에서 '가족 상담', '부부관계 상담'까지.
"치료를 잘 받았다고 해도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일순간에 망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아이의 부모한테 있었어요. 부부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과 직결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도 필요하다. 사랑만큼 중요한 행복의 요소는 없다. 소득과 일 역시 행복의 요소이지만 사랑의 빈 자리를 채울 순 없다.
부부의 사랑은 1억짜리 복권 당첨과 비슷한 행복을 준다. 영국방송 BBC는 연구결과 결혼이 경제적 이득으로 치면 7만2000파운드, 우리돈 1억3700여만원에 해당하는 행복을 일으키더라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미혼자가 결혼한 부부만큼 행복을 느끼려면 매년 1억3700여만원을 써야 한다. 별거는 2억5000여만원, 배우자의 죽음은 3억2000여만원의 소득이 줄어드는 괴로움과 맞먹었다.
또,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인생에 더 큰 만족을 느낀다. 심지어 병, 실직 같은 부정적 경험도 잊을 수 있다. 닉 포드세비 워릭대학 교수의 2005년 연구결과다.
결혼이 늘 행복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12년여 동안 정신과 상담을 해온 김준기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부부은 3쌍 중 1쌍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3쌍 중 1쌍은 이혼했거나 이혼 위기에 있고, 나머지 1쌍은 불행하지만 그냥 산다.
부부 사이가 나쁘면 건강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부부 관계가 나쁜 사람은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에 빠질 위험이 평소보다 35%가 높아진다. 수명이 4년이나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준기 원장은 "불행한 부부의 자녀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정서적으로 불안한 성인으로 클 가능성이 높다"며 "부부가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혼자서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부부 사랑이 복권 당첨보다 나은 셈이다.
행복한 부부를 결정 짓는 요소는 뭘까? 부부상담 전문가 사이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젊은 상담전문가가 부부관계 연구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인 존 고트먼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고트먼에게 물었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부부 관계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과 '관계의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 대 몇 정도라고 보십니까?"
부부상담의 '백전고수', 고트먼은 말했다. "누구를 선택하는가가 99%를 좌우합니다." 관계의 기술, 즉 노력의 효과는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해야 할까.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전문가들은 답한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는 2005년 부부 28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일수록 성격 유형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종사자의 성혼율이 확연히 높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성혼회원 분석결과.
동일지역 거주자, 동일학력 소유자, 동종업계
종사자의 성혼율이 확연히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