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랑은 1억짜리 당첨복권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01.10 09:45

[쿨머니, 행복공식 다시 쓰기]<2-1>부부 사랑으로 행복 키우는 법

"나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평생토록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갖 뜻밖의 일들로 점철되는 긴 인생조차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이해하는 것이 곧 사랑하는 것이기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는 결혼만족도가 높은 부부는 성격, 정서경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결혼만족도가 낮은 부부는 상대적으로 성격, 정서경험, 가치관의 유사성이 낮았다.

3년 전 어느 날, 김준기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은 한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거식증 치료를 받던 한 여대생의 아버지였다. 그는 "부인이 싸우고 집을 나갔다, 아이가 걱정된다"고 했다.

김 원장은 곧바로 여대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김 원장은 여대생의 자살 소식을 들어야 했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여대생이었다. 좋은 학교, 넓은 집, 부유한 부모. 이 아이는 엄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착한 아이로 자랐다.

대학 진학 후 아이는 더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갈망하게 됐다. '날씬한 몸매'는 이 사회가 여자들한테 주는 '사랑의 자격증'이 아니던가. 아이는 거식증에 걸렸다.

김 원장의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가족의 불화는 결국 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건 이후, 김 원장은 상담 분야를 넓혔다. '식이장애 치료'에서 '가족 상담', '부부관계 상담'까지.

"치료를 잘 받았다고 해도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일순간에 망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아이의 부모한테 있었어요. 부부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과 직결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도 필요하다. 사랑만큼 중요한 행복의 요소는 없다. 소득과 일 역시 행복의 요소이지만 사랑의 빈 자리를 채울 순 없다.

부부의 사랑은 1억짜리 복권 당첨과 비슷한 행복을 준다. 영국방송 BBC는 연구결과 결혼이 경제적 이득으로 치면 7만2000파운드, 우리돈 1억3700여만원에 해당하는 행복을 일으키더라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미혼자가 결혼한 부부만큼 행복을 느끼려면 매년 1억3700여만원을 써야 한다. 별거는 2억5000여만원, 배우자의 죽음은 3억2000여만원의 소득이 줄어드는 괴로움과 맞먹었다.

또,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인생에 더 큰 만족을 느낀다. 심지어 병, 실직 같은 부정적 경험도 잊을 수 있다. 닉 포드세비 워릭대학 교수의 2005년 연구결과다.

결혼이 늘 행복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12년여 동안 정신과 상담을 해온 김준기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부부은 3쌍 중 1쌍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3쌍 중 1쌍은 이혼했거나 이혼 위기에 있고, 나머지 1쌍은 불행하지만 그냥 산다.

부부 사이가 나쁘면 건강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부부 관계가 나쁜 사람은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에 빠질 위험이 평소보다 35%가 높아진다. 수명이 4년이나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준기 원장은 "불행한 부부의 자녀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정서적으로 불안한 성인으로 클 가능성이 높다"며 "부부가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혼자서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부부 사랑이 복권 당첨보다 나은 셈이다.

행복한 부부를 결정 짓는 요소는 뭘까? 부부상담 전문가 사이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젊은 상담전문가가 부부관계 연구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인 존 고트먼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고트먼에게 물었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부부 관계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과 '관계의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 대 몇 정도라고 보십니까?"

부부상담의 '백전고수', 고트먼은 말했다. "누구를 선택하는가가 99%를 좌우합니다." 관계의 기술, 즉 노력의 효과는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해야 할까.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전문가들은 답한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는 2005년 부부 28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일수록 성격 유형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종사자의 성혼율이 확연히 높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성혼회원 분석결과.
동일지역 거주자, 동일학력 소유자, 동종업계
종사자의 성혼율이 확연히 높았다.

결혼만족도 상위 10% 그룹은 성격 유사성이 1점 만점에 0.39점였다. 결혼만족도 하위 10% 그룹은 성격유사성이 0.06점에 그쳤다.

부부가 성격, 경제력, 취미, 종교 등 '배우자 선택요인'이 비슷하거나 성취감, 평등, 자유, 사랑 등'가치관'이 비슷해도 잘 살았다.

이 연구를 수행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부의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성격'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배우자 선택시 '심리궁합'을 꼭 평가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미 결혼을 했다면? 김 원장은 "서로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상대방의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감정상태를 이해하려는 노력,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과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 노력, 상대방을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설사 노력해서 관계가 좋아질 확률이 10%라고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나빠질 확률은 80~90%"라며 "상담경험 상 행복한 부부의 절반은 서로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부동반 모임에서 지인들은 이종민 이화여성병원 원장(54)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칭타칭 음치인 그가 남편인 한주희 대림산업 대표(56)와 함께 화음을 멋지게 맞춰 듀엣곡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 원장은 "남편이 노래를 좋아해 둘이 함께 컴퓨터에 마이크를 꽂고 연습했다"며 "생전 안 하던 등산도 남편 덕에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부생활이 수도 생활보다 힘들다고 생각하며서 살아왔어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는 고통과 오해가 있어요. '내가 이 사람과 살아가도록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다'는 인식, '언젠간 다시는 못 만나리라'는 인식이 어려운 갈등도 쉽게 접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이 원장은 "행복한 부부생활은 원만한 성생활과 연관이 많다"며 "성생활을 잘 하기 위해 연구하시라"고 당부했다. 탁구를 재밌게 치려면 두 사람이 실력이 비슷해야 하듯, 성생활과 부부생활에도 연습과 궁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50)은 부인 박현주씨(45)와 일주일에 두세번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주말엔 김치볶음밥도 한다. 골프 시즌이 오면 적어도 한달에 한 번은 부부가 함께 필드로 나간다.

회사 안팎의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 투자전략가 겸 기업 임원이란 직책상,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를 묻자 김 부사장은 짧게 답했다. "가족이라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서." 그러나 서로 눈만 마주치면 환하게 웃는 김영익 부사장 부부의 얼굴은 "이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부부상담 전문가 존 고트먼의 연구결과 (자료 : '남편과 아내 사이', 메가트렌드 펴냄)

△남편과 아내가 흥분하면 결혼 만족도가 줄어든다.
부부가 상호작용할 때 남편과 아내의 심박동수, 혈압, 땀 분비량이 증가하면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결혼만족도가 줄어들면 아내보다 남편이 더 잘 흥분한다.
△어두운 얼굴로 서로를 대하는 부부는 이혼할 가능성이 높다.
부부가 상호 작용할 때 경멸과 혐오가 담긴 표정으로 남편을 대하는 아내, 두려움과 궁색한 미소가 담긴 얼굴로 아내를 대하는 남편은 이혼할 가능성이 높다.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부부는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편이 아내의 의견을 거부하고, 아내가 남편에게 부정적인 말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두 사람은 헤어지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힘들 때 서로에게 위안을 주지 못하는 부부는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편이 속상해하는 아내를 달래주는 데 실패하거나 아내가 속상해하는 남편을 위로해주는 데 실패할 경우, 두 사람은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부부는 유머를 즐긴다.
웃음은 삶을 유쾌하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행복한 부부는 유머를 통해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북돋워주고 심박동수가 빨라지지 않게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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