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콘텐츠·IT 분리' MB노믹스의 실책?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2008.01.08 09:20

융합흐름에 대한 시대역행...선진국 '디지털 생태계' 앞다퉈 조성

방송-통신과 관련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구체화되면서 기대보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처 중심의 기능 재편을 골자로 한 개편 시안을 보면 정보통신부 소관이었던 디지털 콘텐츠와 IT를 분리해 콘텐츠는 문화관광부로 IT부문은 산업자원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런 인수위의 안은 세계적인 추세와 크게 어긋나는 시대역행적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 선진국들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콘텐츠와 네트워크가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 구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직접적인 경제 활성화에 주된 동력으로 삼고 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생태계는 무형의 자산인 콘텐츠와 방송-신 네트워크 그리고 IT를 접목시켜 유기적인 가치사슬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국민복지와 경제성장의 튼튼한 하부구조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결국 거대한 정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콘텐츠와 IT 네트워크가 통합된 새로운 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디지털 생태계는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정책적 목표가 된 것이다.

일례로 이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은 일찍이 1996년에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대전제로 한 통신법을 개정했고 이후 97년에는 디지털 생태계 개념을 구현한 ‘정보산업’을 신설하는 산업분류체계를 정비했다. 이 정보산업에는 영화, 음악, 출판, 방송, 인터넷 등을 총괄하는 콘텐츠와 방송통신 네트워크 그리고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총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2002년에 미국과 같이 디지털 생태계 패러다임을 채택하고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산업을 신설하게 된다. 이후 2007년에는 방송통신 통합법체계인 ‘정보통신법(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또한 총무성(통신-방송), 경제산업성(IT산업), 문부과학성(콘텐츠-지재권), 내각부(IT전략) 등 ICT 관련 부서를 통합한 ‘정보통신성(가칭)’ 창설을 발표했다.


또한 호주도 지난 해 12월에 방송통신산업과 IT산업 전 영역을 포괄하는 ’브로드밴드통신디지털경제부‘를 출범시켰다. 미디어와 콘텐츠 그리고 기술개발과 정보보호 등을 총 망라한 강력한 총괄 기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세계 선진국들이 치열하게 움직이는 목표점은 디지털 생태계 구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콘텐츠와 IT를 이원화하여 분리하고자 하는 인수위의 안은 디지털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선진국들의 글로벌 패러다임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성장단계에 있는 국가의 성장동력을 해체하는 중대한 정책적 오류를 범하는 개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방송과 통신의 이원화된 규제체계는 무수히 많은 정책갈등과 중복규제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방송통신 융합환경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다시 되풀이 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이미 콘텐츠의 온라인화-디지털화로 IT기기 및 방송통신 서비스가 콘텐츠의 주요 유통-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콘텐츠와 IT 또는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수위의 콘텐츠와 IT 분리 안을 그대로 시장에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부작용과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IT산업-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산업전반에 걸친 방송-통신 융합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IT와 콘텐츠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콘텐츠 산업 발전의 핵심인 IT가치사슬 체계를 보다 전문적,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일원화된 정부기구가 정책을 추진할 때 시너지효과는 극대화 될 수 있다. 성장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정보 미디어 산업을 차세대 MB노믹스의 핵심 주력산업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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