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환헤지 '딜레마'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1.11 10:51

금융시장 출렁이면 헤지 비용도 급증

이 기사는 01월11일(09:5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투자 펀드가 급증하면서 무리한 환위험 헤지가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환위험을 피하려다 헤지비용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에서 팔린 해외투자 펀드는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환헤지 비율이 매우 낮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감독당국의 권고가 나오면서 최근에는 100%에 가까운 헤지를 하고 있다.

해외 시장 출렁이면 환헤지 비용↑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말 현재 해외투자펀드 외화자산평가액은 831억6000만달러로 이중 676억7000만달러(81.4%)가 환헤지 되어 있다.

해외펀드의 헤지 비율이 높으면 환율 변동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헤지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해외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 할 경우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최초 원금 대비 수익률이 크게 올라도, 반대로 내려도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80% 헤지 비율을 지키는 100억원 설정 해외펀드의 경우, 투자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원금과 평가이익을 합쳐 130억원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최초 100억원 설정시에는 80%인 80억원에 대해 환헤지를 하면 된다. 하지만 130억원이 되면 130억원의 80%, 즉 104억원을 헤지해야한다. 헤지해야 하는 금액이 24억원 추가되는 것이다. 추가 헤지로 인한 비용이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 100억원의 자산가치가 80억원으로 하락했을 경우, 80억원의 80%에 해당하는 64억원에 대해 헤지를 해야 해 이미 헤지한 금액(80억원)에서 16억원어치 헤지를 풀어야 한다. 이 때 역시 비용이 든다.

물론 환헤지 비율 80%를 기준으로 아래위 10%의 여유를 두기는 하지만 이 선을 넘을 경우 다시 헤지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투자원금의 10%이상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할 경우 자산 자체의 수익률은 변화없지만 헤지 비용만 앉아서 까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머징마켓·원화 같이 움직일땐 헤지비용 '배가'


해외 주식시장, 특히 이머징 마켓 증시가 원화의 가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헤지 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 주식 펀드의 경우가 주로 그렇다.

최근 신용경색 현상이 글로벌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화 역시 이머징 자산 중의 하나로 취급되면서 이머징 국가들의 주식이 상승하면 원화 가치 역시 상승한다. 이럴 경우 해외 자산의 가치가 올라 추가 헤지가 필요하게 되는데 원화 가격이 올라간 상태(환율 하락)라 낮은 환율로 달러를 팔아야(원화 매수) 한다.

반대로 이머징 국가의 주식이 하락할 경우, 원화 가치도 동시에 하락한다. 이럴 경우 자산 가격 하락으로 기존 헤지분을 풀어야 한다. 이때는 싼 환율로 원화를 팔아야(달러 매수)하는 것이다.

이머징 마켓에 투자된 펀드의 경우 자산 가치가 오르거나 혹은 내릴 경우 모두 환율 때문에 드는 비용이 더 발생하는 셈이다.

선물사 한 외환전문가는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머징 국가 주식시장과 원화의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향후에도 당분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자료제공: 제로인

실례로 환헤지를 한 '삼성라틴아메리카주식형자1-C1'의 최근 3개월, 6개월 수익률은 0.60%, 3.15%였다.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삼성라틴아메리카주식종류형자 2-A'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4.46%, 8.86%였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의 수익성이 높은 것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통화가 강세로 간 이유가 있다. 그러나 헤지 비용의 차이에서도 수익률 차이가 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해외펀드는 투자 시점에 달러를 사면서 원화 매수(달러 매도) 헤지를 동시에 하게 되는데,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와 같은 방식으로 단기 외화차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과도한 선물환율 하락을 이용한 차익거래를 발생시키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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