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자 빠른 김한길vs반박자 느린 신당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01.06 16:42

신당서 첫 불출마선언..2선후퇴 도미노 가능성은 '글쎄'

김한길 의원(사진)의 정치 행보는 늘 반박자 빨랐다.

그 중 백미는 지난 2월 열린우리당 탈당. 개별탈당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의원 20여명을 규합해냄으로써 범여권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07년 정치달력의 한 장을 차지하는 사건이었다.

6일 불출마 선언도 신당에서 처음이다. 은퇴까지 거론했다. 그는 이 '한방'으로 뉴스의 중심에 떠올랐다.

반면 열린우리당 시절을 포함, 그가 속한 '범여권'은 대체로 "반박자 느리다"는 평을 받아 왔다. 5·31 지방선거 참패,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등 굵직한 이슈 뒤 위기상황에서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신당을 창당한 일이나 경선 뒤 본격적으로 대선에 뛰어든 것도 모두 한나라당보다 한참 늦었다.

이처럼 반박자 느린 신당에서 김한길 의원이 '불출마' 카드를 던졌다. 쇄신 방안과 총선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나부터 기득권 버리겠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죄하는 심정으로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거창하게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다시는 정치에 돌아올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의 대선참패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매우 아프다"며 "우선 나부터 기득권을 버려야겠기에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자기희생 결단을 내린 김 의원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누구든 불출마 선언으로 먼저 치고 나오면 정국을 주도하게 될 것"(신당 관계자)이란 분석이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에서 원하면 조언을 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총선에서 자신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일 거란 전망이 많다. 그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중진이다.

◇불출마 도미노? 아직은…= 그의 불출마 선언은 당내 원로·중진과 친노그룹 등에 직접적인 압박이 된다. 신당 내부 전선이 새 지도부 선출방식에서 인적 청산 여부로 옮겨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당장 2선 후퇴 도미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신당에선 "의외다"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다수다. 중진들 사이에선 제2, 제3의 김한길이 되기보다 7일 중앙위원회 결과와 쇄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자발적 불출마 선언이 아니라 특정인사를 겨냥한 은퇴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당내에 또다른 분란이 불가피하다. 김 의원의 반박자 빠른 결단의 결과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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