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꿈]올림픽으로 중국 브랜드 뜬다

베이징(중국)=유일한·김주동 기자 | 2008.01.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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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왕푸징(王府井) 거리는 큼직한 상점들이 양쪽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답게 유명 스포츠 브랜드 매장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인 나이키, 아디다스가 일단 눈에 띈다. 그런데 우리에게 다소 낮선 브랜드가 가장 좋은 자리에 두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중국판 나이키'로 불리는 리닝(李寧)이다.

↑ '베이징의 명동'인 왕푸징 거리에 있는 리닝 대리점. 부근에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 스포츠용품사 대리점들과 규모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Anything is Possible'이란 문구가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리닝은 1984년 LA올림픽 때 금메달 세 개를 딴 체조선수 리닝이 만든 회사로 중국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다. 운동화와 각종 스포츠 의류를 생산해 '중국의 나이키'로 불린다.

이곳 입구의 대형 걸개그림은 나이키 등 다른 브랜드 매장들을 압도한다. 취재 당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내부를 꾸몄다. 지난해 세계의 크리스마스는 미국발 경기둔화로 우울했지만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은 예외였다. 한 때 자본주의 악습이라고 매도당했던 크리스마스가 사회주의 중국 한가운데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 NBA 스타 샤킬오닐은 리닝과 지난 2006년 5년간의 중화권 마케팅 계약을 했다.
제품 가격은 나이키, 아디다스보다 약간 쌌지만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점원은 "중산층 이상은 기왕이면 약간 돈을 더 주고 리닝보다 나이키를 사겠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서민들은 리닝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중국에서 리닝은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3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리닝은 최근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2006년에는 매출이 29.8%가 늘었고, 2007년 상반기에는 무려 39.2%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리닝 홍보 관계자는 "2009년~2013년 중국 내 1위가 되는게 목표다. 또 2018년 안에 세계 5위 안에 드는 스포츠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닝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까지 매장을 5000개로 늘리고, 스폰서 활동에 돈을 퍼부어왔다. 리닝은 올림픽을 맞아 '영웅단체' '영웅영광' '영웅손재주' 등 3대 기획으로 탁구·체조·사격·다이빙 4개 종목 협찬을 하고 있다. 해당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오면 선수의 고향에 체육지원기금을 낸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중국에서 농구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NBA의 슈퍼스타인 샤킬 오닐을 영입했다.

리닝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의 라이벌을 제압한 뒤 2009년부터 '조우추취(走出去, 해외로 나간다)'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 레노보의 올림픽테마 한정판 노트북. 총 2044대가 오는 2월8일부터 개막일인 8월8일까지 경매에 부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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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용산 전자상가와 유사한 베이징의 IT메카인 중관춘(中關村). 이곳에선 수많은 대형 전자회사를 만날 수 있다. 상가 내부에선 중국회사들 제품들 속에서 삼성과 소니 같은 유명 회사 코너와 곳곳에 나붙은 이들의 광고포스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코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포스터는 바로 레노보(중국명, 롄샹聯想)다. 레노보의 선전물은 베이징 곳곳에 붙어 있으며, 이 같은 선전물은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더 늘 것이다. 또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는 레노보 PC를 쓸 것이다. 일부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아니라 '레노보 올림픽'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레노보가 12개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가 됐기 때문이다.

레노버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세계적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가 됐다. 중국에는 레노보보다 훨씬 큰 기업이 수두룩하다. 세계최대의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 세계최대의 은행인 공상은행, 세계최대의 이동통신 업체인 차이나모바일 등등. 그럼에도 레노보가 이들을 따돌리고 중국 업체 중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2005년 PC의 원조인 IBM PC부문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레노보는 선진 경영 기법을 배우기 위해 IBM의 이사진을 그대로 고용했다. 이들은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레노보가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레노버는 중국 1위, 세계 3위의 PC업체다. 레노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0% 내외. 델이 17~18%다. 레노보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델을 추월, 세계 최고의 PC업체가 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홍 량은 "베이징 올림픽의 대표적 수혜주가 중국항공, 리닝, 레노보 등이 될 것이며, 이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 초거대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현대사의 최대 이벤트인 베이징 올림픽을 이용해 세계적 기업으로 비상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고 있었다.

↑ 중국 베이징의 레노보 사옥. IBM 컴퓨터 부문 인수 후 본사는 미국 뉴욕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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