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PR의 무서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1.04 08:34

매매비중 높아…외인 하락베팅 하락위험 고조

"주가하락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 이외에도 '프로그램 트레이딩'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자동주문거래 장치에 연계된 주가지수 선물거래에 있었다."

1987년 10월19일 월요일 뉴욕증시가 개장 초부터 대량의 '팔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하루에 508포인트, 22.6% 폭락한 '블랙먼데이'에 대한 브레디 특별위원회의 보고다.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 블랙먼데이는 1조7000억달러의 투자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생시장과 이에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의 결과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지만 주식시장은 지난해 쌓였던 묵은 때를 아직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묵은 때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이 차익 프로그램 매물로 곤욕을 겪고 있다. 이틀째 하락이다. 3일 코스피지수가 기관투자가의 저가매수로 선전하기는 했지만 차익매물의 힘은 막강하다. 전날 장 후반 반등을 차익 매물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 강도가 대폭 줄었기 때문에 낙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3일 차익매물은 5394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매도금액의 11.9%를 차지했으나 전날에는 2825억원의 순매도로 6.2%에 그쳤다.

베이시스가 추가적으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차익 매물이 감소한 것은 타깃 베이시스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심 연구원은 "이미 괴리차 -1.11포인트의 맛을 봤기 때문에 더 낮은 괴리차가 아니면 청산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낮아진 타깃 베이시스로 차익 매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합성선물로 갈아탄 뒤(컨버젼) 옵션 만기일에 청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베이시스가 추가 하락하면 청산은 재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이 하락에 베팅하고 있어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매매를 수치상으로 접근한다면 약세장에서의 매매 이상 의미부여는 어렵지만 나흘간 연속 순매도인데다 지난 12월 동시만기 당시 기록한 1만3000계약의 스프레드 순매도를 감안하면 전형적인 약세베팅"이라고 지적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결제약정의 본격적인 증가를 동반한 외국인의 선물매도 강화는 시장의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시스가 추가 하락하면서 시장중립형 펀드외 인덱스 펀드도 바빠질 수 밖에 없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속직인 외국인 순매도로 베이시스 하락이 가속화된다면 인덱스 스위칭은 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연구원 역시 "괴리차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하락한다면 매도 차익쪽이 바빠질 수 있다"며 "여전히 '상승 가능성(upside potential)'에 비해 '하락 위험'(downside risk)'이 큰 편이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말부터 최근 3일간 프로그램 매도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었다. 차익 프로그램 매도는 6.1%, 11.9%, 6.2%를 차지했다.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분자인 프로그램 매도 규모의 축소이고 다른 하나는 분모인 거래대금을 늘리는 것이다. 시장 활력이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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