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금산분리 등 '뜨거운 감자'산적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1.14 14:30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새정부 친기업정책 과제

한국경제연구원은 ‘2008년 경제전망과 새 정부의 정책 실행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실질 GDP 기준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추정치(4.8%)보다 높은 5.1%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의 하락과 국제유가 상승, 국제 금융시장의 경직 등 대외여건이 악화됐음에도 낙관론적인 전망을 유지한 셈이다. 이는 성장 지향적이고 친시장적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한경연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그간 얼어붙은 소비ㆍ투자를 확대시켜 내수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수출 다변화와 제품 경쟁력 제고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이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 된 이후 재계의 반응은 기대감속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재계는 우선 친기업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이 당선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앞으로 기업 활동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 당선자가 CEO 출신이다 보니 현재 업계 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또 청계천 복원공사처럼 특유의 불도저식 국가운영을 통해 반대 여론에 맞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업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부 기업은 말을 아끼며 극도로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가 재계에 손을 내밀고는 있지만 누구보다 기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편법적이고 파행적인 기업운영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기업의 규제 완화가 결코 시중 자금 유입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구제 풀어라

재계는 이 당선자의 공약이 빨리 실현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하루빨리 없애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출자총액제도란 회사자금을 통해 다른 회사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로 재벌그룹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장치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잠식위기에 놓이자 기업의 자기방어권 차원에서 출총제 폐지가 제기돼 왔다.

재계 10위권의 한 간부는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이 기업의 투자확대를 이끌어 내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이 당선자의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금산분리다. 재계는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한국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100위권 내 은행이 없다며 금산분리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현대차·LG 등 대기업이 금융권에 뛰어들 경우 막대한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IMF의 주범이나 다름없는 대기업들이 IMF를 극복한지 10년 밖에 지나지 않은상황에서 금산분리 철폐를 들고 나온다며 여론에 뭇매를 맞을 가능성도 있어 입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금산분리 철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완화하는 수준에서 그룹사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면서 새로운 투자 방향을 위해 기업의 금융권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수도권 투자제한 완화 방안도 재계가 간절히 원하는 부분이다. 지방 도시에는 의료ㆍ교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국내ㆍ외 우수인재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대기업의 주장이다. 재계는 수도권 진입을 막는다면 송도 경제자유구역 같은 우수 인력을 끌어올 수 있는 국제도시나 기업도시 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기업 배척문화를 하루 빨리 타파할 수 있게 새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이 실수를 했을 경우 책임을 져야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파이를 키우는 동안 발생하는 세부적인 문제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기업운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 시민단체, 중소기업 진흥책 없이는 경제 활성화 없다

중소기업을 배제한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 논의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전체 일자리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부양책은 전혀 거론되고 있지 않다”며 “대기업 위주의 경제 패턴은 곧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기업 정책이 대기업의 외형 규모의 확대에만 도움을 줄 뿐 시장에서 탈락한 계층이나 복지 인프라와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고 실장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가 투자와 출자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투자 개념은 출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순수한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 정부에서의 대기업이 경직되지 않았느냐는 의견에 대해 “상속문제·탈세·비자금 등 불법행위에 대한 위축일 뿐 자승자박적 결과”라며 “대기업이 책임성을 명확히 하면 자연스레 풀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출제가 참여정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완화돼 왔음을 들어 시장에 충격이 적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규제방식의 변화에 따른 규율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이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사후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학계에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와 금융 규제 폐지를 통해 대기업의 투자 심리를 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최충규 박사는 “대기업의 규제 완화 이유는 투자 확대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을 홀대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함”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기업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최 박사는 “과거 중소기업이 여러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보호ㆍ지원책 보다는 시장경쟁을 통해 승자가 나타나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의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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